“금리 올려도 충격 적을것”-“출구전략 단행해야”… 안팎서 커지는 “금리인상”

입력 2010-04-29 22:06


국내 경기가 정상 궤도에 들어선 가운데 장기화되는 초저금리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 규모에 비해 빠르게 늘어난 자금들이 단기 부동화하면서 금융 시스템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서 원자재 가격이 물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도입으로 대출금리의 변동 폭이 완만해져 가계와 기업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점진적 금리 인상론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지표와 논거가 갈수록 늘고 있는 셈이다.

◇“중장기 금융불안 초래”=한은은 29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취해진 금융완화 조치들이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금융 불균형 발생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가 14개월째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0%를 유지하면서 풍부해진 시중자금이 갈 곳을 못 찾고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에 몰리는 현상을 우려한 것이다.

특히 한은은 잠재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고려한 장기균형통화량과 실질통화량 간 격차를 나타내는 ‘머니갭(money gap)’률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머니캡 률은 지난해 말 4.3%로 2008년 1월의 2.1%에 비해 배에 달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시중에 필요한 이른바 ‘적정 유동성’이 과도하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경제 규모에 비해 통화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뜻이다. 부동자금을 가리키는 단기수신 잔액은 2009년 12월 현재 755조원으로 1년 새 51조원이 늘었고, 올 들어서는 더욱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저금리로 인한 폐해가 확대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원자재 등 비용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이날 ‘철광석 가격 상승의 배경과 영향’ 보고서에서 “최근의 철광석 가격 상승은 철강제품 가격 상승은 물론 조선, 건설, 자동차 등 산업 전반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회복과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 등으로 철광석 현물가격은 현재 t당 15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국내외 주요 철강업체는 메이저 철광업체로부터 4∼6월간 철광석을 t당 110달러 수준에 도입하기로 계약했다. 이는 지난해의 t당 60달러 수준에 비해 배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보고서는 “철광석 가격 상승은 2차적으로 조선, 건설, 자동차 등 산업 전반의 원가 상승에 영향을 미쳐 결국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하게 된다”며 “철강산업이 전·후방 연쇄효과가 타 산업에 비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철강제품의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로치 “기준금리 올려야”=저명한 경제분석가인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한국 경제가 비상상황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며 “경제 회복 수준에 맞춰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로치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기준금리는 지나치게 낮은 수준임에도 금리를 올리면 경제 회복 속도가 둔화될 것을 우려해 출구전략을 지연하고 있다”며 “회복 속도가 둔화되면 그 속도에 맞는 금리를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행을 포함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출구전략을 너무 늦게 시작할 경우 주식시장 버블 등 또 다른 위험을 저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도 “현재 기준금리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 비정상적인 기준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며 “(한은이) 인상 시점을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