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전혁 의원과 재판부 모두 반성해야
입력 2010-04-29 21:13
전교조 소속 교사 명단 공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여야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개입함으로써 정치쟁점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교조 교사 명단을 올린 데 대해 법원이 명단을 내리지 않을 경우 하루에 3000만원씩 전교조 측에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 논란을 키웠다. 조 의원은 국회의원의 직무상 행위에 대한 민사적 처분은 법원의 월권행위라며 판결을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반박했다. 당 지도부도 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민주당이 조 의원과 한나라당을 싸잡아 법치주의를 유린한다고 맞받아쳤다. 전교조는 한나라당에게 당원 명부를 공개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파문의 두 주역인 조 의원과 해당 재판부 모두에게 반성할 대목이 있다. 조 의원의 경우, 국회의원이라면 학부모를 포함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소신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1심 법원의 공개금지 결정을 무시한 채 명단을 홈페이지에 덜컥 게재한 것은 옳지 않았다.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등 법절차를 준수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조 의원이 법원의 강제이행금 부과 결정을 “정치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비난하고, 한나라당이 “조폭 판결” 등의 원색적 용어로 사법부를 몰아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행동으로 비쳐진다.
해당 재판부는 무슨 근거로 하루에 3000만원이라는 거금을 강제이행금으로 책정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조 의원 말대로 “평생 파산상태로 살라는 것으로, 사형선고와 마찬가지”인데 명단 공개가 이렇게까지 엄한 벌을 받아야 할 정도로 큰 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의 공개금지 결정을 따르지 않은 조 의원에게 앙갚음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거나, 판사들의 이념적 성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등의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사의 명예 침해를 우려해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지 말라는 법원의 판단 또한 납득하기 힘들다.
조 의원은 법원의 명단 공개 금지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이번 일로 우리 사회의 이념대립이 더 심화되지 않도록 헌재의 조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