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길 먼 입학사정관제
입력 2010-04-29 17:51
입학사정관제는 기존의 성적 중심 선발 방식과 달리 학생들의 잠재력과 소양, 창의성 등을 종합 평가하는 선진형 대입 제도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는 97개 대에서 2만4622명이 입학사정관제로 뽑혔고 내년에는 신입생 10명당 1명이 이 제도로 선발된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확대되는 것은 공교육 살리기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국민적 열망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안착되려면 여전히 갈 길이 먼 것 같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10년 대입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11개 대학이 1359명을 수능과 내신 성적을 단순 합산해 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대학은 조교들을 동원해 수능·내신·출결 점수를 더하는 방식으로 120명을 뽑기도 했다.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이처럼 엉터리로 운영되면 입학사정관제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한 철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우선 대학교육협의회는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 맞게 학생 선발 할 수 있도록 자체관리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어렵게 주어진 학생 선발 자율권이 일부 대학의 이기주의나 안일함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윤리규정이나 제재 장치를 엄격히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의 역할이다. 대학들은 정부 예산 지원만을 타내기 위해 ‘무늬만 입학사정관제’로 운영해선 안 된다. 공공적 책무 의식을 토대로 확실한 입학전형 기준을 갖고 제도를 발전시켜가야 한다. 이 제도의 성패는 전문성과 윤리성을 갖춘 입학사정관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부 대학에서 공개 채용과 자체 양성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정부가 입학사정관의 지위와 신분 보장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분명 바람직하다. 하지만 외형적 확대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내실 있는 운영이다. 대학과 대학교육협의회, 고교, 정부가 혼연일체가 돼야 성공을 기약할 수 있음을 명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