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그림 속 ‘수성동 계곡’ 서울시 문화재 된다
입력 2010-04-29 22:06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에 등장하는 서울 인왕산 수성동(水聲洞) 계곡이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된다.
수성동은 누상동과 옥인동 경계에 위치한 인왕산 기슭 첫 계곡으로, 현재 옥인동 옥인아파트 일대에 있다. ‘물소리가 유명하다’고 해서 조선시대부터 수성동이라 불렸다. 수성동의 동(洞)은 당시엔 골짜기, 계곡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시는 인왕산길 아래 계곡 상부에서 하부 복개도로에 이르는 길이 190m의 계곡 일대와 옥인아파트 옆에 있는 3.8m 길이의 돌다리를 문화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겸재는 평생 살았던 백악산과 인왕산 아래 장동(壯洞) 일대를 여덟 폭의 진경으로 담아 ‘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으로 남겼는데, 수성동의 풍경도 그 중 한 폭에 담았다. 추사 김정희와 규장각 서리 박윤묵 등 조선 후기 문인들도 수성동의 아름다운 풍경을 시로 남기기도 했다.
서울시는 수성동 계곡이 겸재의 그림에 등장할 정도로 전통적인 명승지로서 보존가치가 크고, 이 일대가 조선후기 중인층을 중심으로 문학 활동의 주무대였던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가치 있다고 판단, 문화재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관이 문화재로 지정되기는 처음이다.
안건기 시 문화재과장은 “다음달 27일 문화재 지정안 열람공고를 한 뒤 7월 중 지정고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