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예찬기 ‘이 아름다운 나라’ 펴낸 김형오 국회의장

입력 2010-04-29 17:41


“국토 곳곳을 돌아본 뒤 우리 민족과 역사, 문화에 대한 깊은 사랑과 자긍심을 갖게 됐습니다. 우리 땅과 역사에 대해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품격을 갖춘 교양서를 쓰겠다는 소망과 의지가 없었다면 제 건강을 걱정하는 아내의 눈길을 애써 외면해가면서 밤새워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우리 산하의 주요 사적지와 문화재, 또 백령도와 평택 해군 2함대, 평화의 댐 등 남북 대치의 최일선 현장을 탐방한 결과를 기록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아름다운 나라’(생각의나무)를 펴냈다.

책을 펴낸 사연부터 예사롭지 않다. 매년 가을 국회에는 한달 가까이 국정감사가 열린다. 의원들이 피감기관에 가 감사를 벌이고, 국회는 텅 비어있기 일쑤다.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 동안 국회의장들은 이 기간을 이용해 외유를 다니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김 국회의장은 외국에 나가는 대신, 우리 국토 곳곳을 찾아다녔다. 그는 2년 전에도 우리 국토를 여행하고 돌아와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를 펴냈으며, 이후 국정감사 기간과 주말 등을 이용해 더 다채로운 장소와 소재를 찾아다닌 끝에 또 한 편의 책이 나오게 됐다.

정치인이 쓴 책이라 딱딱할 것 같지만, 풍부한 감성과 오랫동안 조탁돼온 심미적 안목이 더해져 탐방문학서로서 손색이 없다. 김 국회의장은 등단 10년이 넘은 수필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는 “이 책을 위해 희생된 숲의 나무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좋을 그런 책이기만 바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사적지를 다룬 부분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못지 않게 전문적 식견이 담겨 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과 동행한 경우가 많기도 하지만, 워낙 다방면에 걸친 풍부한 독서량 때문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우리 문화재와 해외의 비슷한 사례를 자주 비교한 대목에서는 심오한 인문학적 교양의 깊이가 엿보인다.

울산 반구대의 선사시대 암각화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암각화는 현재 하류의 댐 때문에 갈수기를 제외하곤 계속 물에 잠겨 있고, 그만큼 빨리 훼손되고 있다. 김 국회의장은 “물고문도 이런 지독한 물고문이 없을 것”이라며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나라가 세계적인 문화재를 물속에 방치하다니 정말 부끄럽다”고 안타까워했다.

탐방기와 함께 ‘젊은 벗들에게’라는 주제로 사랑과 희망, 열정과 도전 등 인생사에서 만날 중요한 가치 8가지에 대한 생각을 담은 편지글도 포함돼 있다. 그는 “평소 사색해온 결과물로 젊은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며 “마지막까지 첨삭을 가장 많이 한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