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치밀한 음모다!… ‘화폐전쟁 2:금권천하’

입력 2010-04-29 17:41


‘미국의 달러화는 몰락해 기축통화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2024년에는 세계 단일 화폐가 출범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언해 유명세를 탄 중국의 국제경제학자 쑹훙빙(宋鴻兵)은 최근 번역출간된 ‘화폐전쟁 2:금권천하’에서 이런 주장을 펼친다.

화폐전쟁 2:금권천하/쑹훙빙/랜덤하우스코리아

2007년 국내 출간된 전작 ‘화폐전쟁’을 통해 세계경제를 화폐발행권을 둘러싼 암투로 해석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상세한 미래의 금융지도를 그리고 있는 셈이다. 세계 경제 분석 및 예측은 후속편격인 이 책에서도 거침이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우연히 발생한 게 아니라 이면에 치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통화 정책의 수장인 앨런 그린스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퇴임하기 전인 2006년 초까지 금융위기 징후를 눈치 채고도 방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파생금융상품으로 인한 금융위기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고, 국제 금융 가문들은 일찌감치 이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그런데도 그린스펀이 파생금융상품의 무분별한 발행을 방임하는 정책을 편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는 미국계 국제금융 엘리트들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구조적 불균형으로부터 촉발됐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또 미국이 엄청난 쌍둥이 적자(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달러화를 대량으로 찍어낸 것도 불균형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08년 미국의 부채 총액은 57조 달러에 이르고 이자에 이자가 붙어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감당할 수 없는 부채의 늪에 빠져 있다는 것. 여기서 쑹훙빙은 하나의 가설을 제시한다.

“그들은 왜 달러화의 남발을 방임했을까. 혹시 의도적으로 달러화의 약세와 신용하락을 조작한 것은 아닐까. 반대로 달러화의 채무를 모두 벗어버린 다음 가볍게 새 출발하려 한 것은 아닐까.” 미국이 정상적으로는 갚지 못할 부채를 일거에 털어버리기 위해 미국 달러화 기축통화 체제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나아가 미국이 화폐의 신용회복이라는 미명 아래 그동안 비축해둔 금 8100t과 IMF의 금 3400t을 담보로 ‘새로운 화폐’를 출범시키는 비장의 카드를 내놓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화폐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가 주창하는 금과 이산화탄소 배출권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금 보유량이 적은 개도국은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반면 미국은 달러화 폐지를 통해 채무의 사슬에서 벗어나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관점 속에서 세계 단일 화폐가 출현할 2024년까지의 전개 양상을 타임머신을 타고 가듯이 펼쳐 보인다. 또한 이런 일련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 금융 가문을 철저히 해부한다.

전작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 금융 엘리트의 이해 관계에 따라 화폐제도가 어떻게 변천했는지를 살폈지만 이번엔 지난 300년간 세계를 지배해온 유럽과 미국의 17개 주요 금융 가문의 형성 및 발전, 합종연횡의 과정을 다룬다. 프랑스혁명과 1·2차 세계대전, 이스라엘 건국, 전후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 히틀러의 집권, 전쟁, 공황 등 세계적인 사건의 배후에 그림자를 드리운 이들의 첨예한 이전투구와 미래 전략을 살핀다. 17개 금융 가문은 로스차일드 가, 독일의 블라이흐뢰더 가, 호펜하임가, 영국의 베어링 가, 네덜란드의 호프 가, 프랑스의 말레 가, 스위스의 미라보 가, 미국의 록펠러 가와 모건 가 등이다.

저자는 과거의 금융 과두들이 민주 제도에 의해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실체는 여전하다고 말한다. “직접적이고 적나라하게 권력을 휘두르던 금융 과두들은 막후에 숨어버렸다. 대신 재단이라는 새롭고 방대한 시스템이 나타났다. …재단은 서구의 지배자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논리를 전개하지만 일부 주장은 음모론적 시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명장 패튼 장군은 사고로 사망한 게 아니라 국제 은행 가문에 의해 암살됐다거나, 1983년 KAL 007기 피격사건은 로렌스 P 맥도널드 미국 하원의원을 제거하기 위한 금융과두 엘리트의 소행이라는 등의 주장은 다소 황당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배후에 숨겨진 금융 권력을 분석해 밝혀낸 그의 통찰과 미래예측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