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목회자 보금자리 순창 로뎀의 집… 넉넉한 보살핌 샘솟는 평안

입력 2010-04-29 18:13


서해고속도로 순창 IC에서 빠져나와 27번 국도를 차로 10분 정도 달려다 보면 적성면 내월리 513번지에 현대식 건물이 나타난다. 농어촌교회에서 목회하다 은퇴한 목회자와 사모들이 거처하고 있는 로뎀의집이다.

기자를 맞은 사람들은 모두 일선 목회에서 물러나 4∼7년 전 이곳으로 이사온 은퇴 목회자 부부 와 은퇴 여전도사들이다. 양복 입은 한 노인이 다가와 손을 잡았다. 그는 한국 최초의 선교사였던 이기풍 목사의 손자 이성근(78) 목사였다. 김영(70) 사모와 함께 이 목사는 전북지역 등지에서 농촌목회를 하다 명성교회 부설 명성수양관 원목을 끝으로 55년간의 목회 일선에서 물러나 5년 전 로뎀의집에 정착했다. 이 목사는 “가끔 인근 교회와 교단 산하 교회에서 방문하고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며 “같은 처지의 목회자들과 로뎀의집에서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뎀의집은 관리 목사와 함께 10가구가 입주해 있고 가구당 39.6㎡(12평) 규모의 집에서 산다. 이성근 목사 집에 들어가 보니 아파트 원룸 형태로 방 하나와 거실, 부엌, 베란다, 화장실, 샤워실이 있었고 내외가 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로뎀의집은 현재 경북 의성과 순창 2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제주도에는 로뎀선교센터로 농어촌교회를 돕고 있다. 모두 2000년부터 로뎀선교회가 농어촌 은퇴 목회자와 교회를 위해 마련한 곳이다. 전액 무료로 입주해 각자가 식생활을 해결하는 개인별 주택으로 꾸며져 있으며 옆에는 교회당도 건립해 예배장소로 사용 중이다.

설립자 예도해(53) 목사는 농촌 미자립교회 현실을 잘 안다. 20년 전 경북 의성의 작은 마을에 교회를 개척하면서 농촌 목회자의 고난을 고스란히 겪었다. 12년 동안 농촌목회를 하면서 사례비를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다. “사례비를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교인들이 모두 노인뿐이었지요. 그때 주변에 농어촌 은퇴 목회자들이 갈 곳이 없는 것을 목격하고 이분들을 위한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로뎀선교회를 세우고 농어촌 목회자 가족을 돕기 위해 나섰다. 미국 뉴욕 노기송(뉴욕새예루살렘교회) 목사와 함께 모금운동을 펼쳤고 농어촌교회의 현실을 백방으로 알렸다. 또 농어촌 목회자 자녀를 위해 무료로 영어캠프를 해마다 열었고 미국, 호주에 비전여행을 보냈다. 목회자와 사모를 대상으로 무료 세미나도 열었다.

선교회는 로뎀의집 목회자 가정을 돕기 원하는 교회나 후원자가 생기면 어려운 가정부터 연결하고 있다. 현재 미 뉴욕 제일교회(조성훈 목사)는 로뎀의집 은퇴 목사 1가구, 목동 제자교회(정삼지 목사)는 3가구를 매달 20만원씩 돕고 있다.

시련도 있었다. 지난해 말 로뎀의집 내규에 벗어나 퇴출된 은퇴 목회자 3명이 로뎀의집이 헌금을 강요하고 갖은 고생을 시킨다는 등 허위 사실을 제보해 국민일보에 기사가 나가는 바람에 로뎀의집은 후원이 끊기는 등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그러나 이 사실은 현장 취재 결과 제보가 잘못됐음이 밝혀졌다.

전남 섬지역에서 목회하다가 은퇴한 임홍식(76) 목사는 6년 전 고향인 순창 로뎀의집에 입주해 사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임 목사는 “아침에 기도회가 끝나면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한다”며 “로뎀의집에서 평안함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예 목사는 로뎀 사역을 평생 사명으로 여기며 헌신하고 있었다.

순창=글·사진 신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