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엄마 다리 부끄러워해서”… ‘우리 엄마는 무릎팍 도사’
입력 2010-04-29 17:36
우리 엄마는 무릎팍 도사/김현태 글·현숙희 그림/책우리
민호의 엄마는 무릎 밑으로는 다리가 없는 지체장애인이다. 무릎으로 걸어야 하기 때문에 걸을 때마다 뒤뚱거린다. 민호는 그런 엄마가 부끄러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런데 어느 날 민호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축구하느라 정신이 팔려 늦도록 집에 오지 않자 걱정이 된 엄마가 찾으러 오게 되고, 반 아이들은 민호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된다. 친구들은 민호 엄마를 ‘무릎팍 도사’라고 놀리고, 속이 상한 민호는 엄마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 내뱉는다. “엄마가 없었으면 좋겠어! 친구들이 자꾸 놀린단 말이야!”
하지만 민호는 아빠로부터 엄마가 장애를 갖게 된 사연을 듣고는 잘못을 깨닫는다. 민호가 어릴 때 트럭에 치일 뻔한 일이 있었는데 엄마가 민호를 구하고 대신 치여 양쪽 다리를 잃었던 것이다. 엄마는 그 사실을 민호에게는 숨기고 싶어했지만 아빠는 민호가 엄마를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털어놓는다고 말한다. 엄마가 자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 것을 알게 된 민호는 엄마에게 심한 말을 한 것을 후회한다.
어떻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 할까. 민호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소원편지’에 엄마의 사연과 함께 의족을 선물하고 싶다는 소원을 적어낸다. 소원편지는 선생님들이 매달 한차례 학년마다 한 명씩 선정해 편지에 적힌 소원을 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민호의 소원은 만장일치로 채택되고, 엄마는 학교의 도움으로 마침내 의족을 갖게 된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생각하지도 못했던 의족이었다. 의족을 신고 의족 센터를 나선 엄마는 학교 앞에 이르자 민호와 함께 집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민호와 엄마가 손을 잡고 나란히 거리를 걸어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민호야, 그 동안 엄마 때문에 많이 속상했지?” “아니야. 나는 엄마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 엄마가 있으니까 내가 있잖아.” 엄마와 민호는 서로를 꼭 껴안는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넓고도 깊지만 아이들은 뒤늦게 깨닫는 게 보통이다. 엄마의 무한한 사랑을 통해 성장해 가는 민호의 이야기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의 사랑이 숨쉬고 있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