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민주당 “5, 7월은 잔인한 달”

입력 2010-04-28 18:45


하토야마, 내달까지 후텐마 해법 못낼 땐 치명상

오자와, 7월말이 기소 시한… 자진 사퇴 가능성도


20%대의 초라한 지지율, 돌파구가 없어 보이는 오키나와(沖繩)현 후텐마(普天間) 주일 미군기지 이전 문제, 해소될 기미조차 없는 검은 정치자금에 대한 따가운 의혹의 시선.



일본 민주당이 54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루고 80%에 육박하는 국민의 지지 속에 출범한 지 7개월 만에 좌초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민주당의 쌍두마차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으로부터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점이다.

일본 정가에는 5월 말과 7월 하순을 겨냥한 흉흉한 루머가 파다하다. 하토야마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 중인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에 대한 결정 시한이 5월 말이다. ‘5월 대란설’의 배경이다. 오자와 간사장에 대한 기소 여부 결정 최종시한은 7월 하순이다. 루머의 핵심은 ‘이르면 5월 말, 아니어도 7월 말이면 민주당 지도체제에 급격한 변화가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궁지에 몰린 하토야마-오자와=하토야마 총리는 “자리를 걸고 후텐마기지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의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국민들 중 50% 이상은 문제 처리에 실패할 경우 “마땅히 사임해야 한다”는 쪽으로 이미 돌아선 상태다. 따라서 이 문제가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될 경우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릴 공산이 크다. 오키나와현 주민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제각각 반발하고 있다. 미국도 일본 정부에 마뜩잖은 표정이다. 하토야마 총리의 상황은 암울하다.

정치자금 문제에 발목이 잡힌 오자와 간사장의 입장은 더 딱한 실정이다. 민간 검찰심사회는 27일 “오자와를 기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당초 불기소 처리했던 도쿄지검 특수부는 부담이 더욱 커졌다. 검찰은 3개월 뒤인 7월 26일까지는 다시 결론을 내야 한다. 현재 오자와 퇴진 여론은 70%가 넘는다. 국민들의 퇴진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검찰의 결정과는 별도로 오자와 스스로 진퇴를 결정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참의원 선거의 어두운 전망=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은 말 그대로 바닥권이다. 20%대를 턱걸이하고 있지만 언제 10%대로 떨어질지 모를 정도다. 일본 정계에는 법칙 아닌 법칙이 회자되고 있다. “내각 지지율과 정당지지율을 합쳐도 50%를 넘지 못하는 정권은 결국 퇴진한다”는 것이다. 이미 50% 선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큰 경고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오는 7월 치러질 참의원 선거에서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할 게 불보 듯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권 내부에서조차 “아예 중의원까지 해산해서 7월에 참의원과 동시 선거를 치러 국민들의 진심을 확인하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한편에서는 “하토야마-오자와 투 톱이 동반 사퇴하는 것 외에는 백약이 무효”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자신들의 정치 역정에서 최고봉에 오른 두 사람이 동반하며 두 고비를 어떻게 넘을지 주목된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