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고 산 작품으로 각종 미술대전 휩쓸어

입력 2010-04-28 18:23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술대회로 꼽히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돈을 주고 산 작품이 입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다른 사람의 작품으로 미술대회에 나가 상을 탄 재미교포 김모(52·여)씨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미술협회 관계자인 브로커 박모(53)씨와 대작(代作) 화가 조모(50)씨 등 3명, 수상을 도운 심사위원 이모(52)씨 등 2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미국에서 무역회사 대표로 일하는 김씨는 박씨에게 500만원을 주고 중견 작가 조씨를 소개받았다. 김씨는 조씨에게 2000만원을 주고 한국화 한 점을 구입해 2008년 개최된 ‘27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출품했다. 박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심사위원 이씨 등에게 “김씨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해 달라”며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이 작품은 특선에 뽑혔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의 그림이 대상 후보작으로 선정되면서 신상이 공개되자 덜미가 잡혔다. 너무 생소한 화가 이름이 대상 후보로 올라 미술계 관계자들의 의심을 샀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대한민국 미술대전을 포함, 모두 8개 미술대회에서 같은 수법으로 3850만원을 들여 산 다른 작가의 그림들을 출품해 통일부장관상 등을 휩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대학교 졸업장이 없어 학력 콤플렉스에 시달린 김씨가 미술대전에 입상한 경력을 내세워 유명인 행세를 하고자 범행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씨를 도운 심사위원 이씨 등은 2006년에도 뇌물을 받고 특정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해 준 전력이 있었지만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이후에도 심사위원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