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인사 영결·입관식·조문 때마다 눈, 비… 슬픈 그날, 하늘도 같이 울었다

입력 2010-04-28 21:14


정말 하늘도 울었을까. 이목을 끈 사건으로 희생되거나 국민적 추앙을 받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많은 시민이 애도하는 시기마다 비나 눈이 내리고 있다.

지난해 김수환 추기경 입관식(2월 1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5월 23·24일),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8월 23일) 때 비가 내렸다. 올 들어 지난 1월 9일 용산참사 희생자 영결식 날 눈발이 날렸다. 해군 특수전여단 한주호 준위 입관식이 있은 지난 1일, 천안함 희생자 해군장 기간인 26∼28일에는 비가 내렸다.

이때마다 언론은 ‘하늘도 울었다’고 썼다. ‘고 김수환 추기경 입관…하늘도 슬피 울었다’(연합뉴스), ‘이천 화재참사 합동 위령제…하늘도 울었다’(한국일보), ‘눈 내린 용산참사 영결식장, 하늘도 울었다’(뉴시스)…. 추모객의 심경을 자연현상에 투영한 기사 제목들이었다.

기상 전문가들은 시점이 절묘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기상청 김승배 통보관은 “1998년 6월 16일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와 함께 북한으로 가던 날 비가 조금 내렸다. 전혀 비가 내릴 날이 아니어서 나도 순간 ‘과학으로 규명되지 않는 뭔가가 있는 건가’라고 생각했었다”면서도 “하지만 우연 치고 특이한 정도이지 슬픔이나 감격이 눈비를 내리게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1년 365일 가운데 눈이나 비가 내리는 날은 110일 정도다. 3.3일에 하루 꼴로 눈, 비가 내리는 셈이다. 기상정보 업체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습기가 많은 데다 차가운 북쪽 기단과 따뜻한 남쪽 기단 사이에 끼어 있어 중국 내륙보다 눈, 비가 잦은 편”이라며 “3일에 한 번 정도 비가 내린다면 추모 시기와 겹칠 확률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안순일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현충일마다 비가 내리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유사한 사례를 모두 합쳐 눈, 비가 온 날과 안 온 날을 따져보면 온 날이 3분의 1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와 올해 장례를 4일 이상 치른 사례는 김수환 추기경 장례식(4일), 화왕산 참사 희생자 장례식, 용산참사 희생자 범국민장, 한주호 준위와 천안함 희생자 해군장(이상 각 5일),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6일),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7일)이다. 이들 장례 기간 37일 가운데 눈이나 비가 온 날은 모두 12일이었다. 우리나라 강수 확률대로 거의 3일에 한 번 눈, 비가 내렸다.

강창욱 김수현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