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유럽발 충격] 다급해진 유로존…나라마다 “펀더멘털 양호”
입력 2010-04-29 00:29
“경제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 시장이 돈을 공급하지 않는 게 문제다.”
아일랜드 트리니티대학의 필립 레인 국제경제학 교수가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은 마치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경제관료들의 말을 연상케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인 유럽이 국가부도 공포에 휩싸여 있다. 유럽 전체가 나서 그리스에서 일어난 ‘화재’가 유럽 전역에 확산되지 않도록 조기 진화를 서두르는 상황이다.
패닉에 빠진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말부터 쏟아졌다.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채무 조정 아이디어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리스 국채 보유자들이 최대 50%까지 손실을 입을 거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예상에 대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원금과 이자는 보장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유로 국가가 채무 불이행에 빠질 일은 없다”며 “논의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스 지원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 독일에서도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이날 “그리스가 좌초하게 놔두지 않겠다”며 유로존의 지원안을 보완해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S&P의 불똥을 맞은 포르투갈의 아니발 카바코 실바 대통령도 “국가 부도는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며 불안심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유럽연합(EU)의 아마데우 알타파즈 타르지오 대변인은 S&P를 향해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S&P가 도대체 누구냐”며 “신용평가회사들은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현실을 더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U는 신용평가회사들이 평가기준을 공개하고 컨설팅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AP뉴스는 전했다.
실제적 조치도 나오고 있다. EU는 28일 내년 예산에 그리스 지원금 32억 유로를 추가 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기존의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100억 유로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CB는 다음달 10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어 그리스 구제금융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프랑스 의회는 다음달 4일, 독일 의회는 7일 그리스 지원 법안을 각각 표결 처리키로 했다. 그리스 아테네증권거래소는 아예 28일부터 2개월간 주식 공매도를 금지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유럽 16개국)의 앞날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가장 많은 돈을 내야 할 독일에선 그리스 지원에 반대하는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리스에서도 IMF식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