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철학, 바울서 해답찾는중… 기독교사회포럼 집중 조명
입력 2010-04-28 18:11
“누가 철학과 신학이 앙숙이라고 했나?”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철학적 담론 부재 속에서 서양 철학자들이 다시 기독교 사상과 바울에 주목하고 있다. 인문 사회 정치 철학의 모든 이론이 떴다가는 지고, 흥했다가 쇠퇴하지만 기독교 복음에는 그와 견줄 수 없는 생명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24∼26일 서울 불광동 팀수양관에서 기독교 사회선교 분야 활동가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0 기독교사회포럼’에서 인문학·성서 연구모임 ‘카이로스’의 박치현 연구원(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은 주제발표를 통해 알랭 바디우(73), 조르조 아감벤(68), 슬라보예 지젝(61) 등 세계적인 철학자들이 신자유주의시대의 한계에 기독교 사상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단 제도적 교회 형태로서의 기독교가 아닌, 각자의 특수성을 벗어나 보편적인 연합을 이룬 기독교라는 전제 하에서다.
바디우는 모로코 출신으로 파리제8대학 교수로 재직한, 프랑스의 대표적 철학자다. 그는 과거 바울이 로마의 현실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이라는 특수성을 탈피해 보편적 기독교 공동체, 즉 초대교회를 형성한 점을 주목한다.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부활’이라는 사건을 통해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와 같은 고백을 하게 되고, 이전과는 단절되는 새로운 가능성, 즉 진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특수성을 벗어난 보편성은 현재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아래서 수많은 특수성, 인종과 재산, 지위 등이 굳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미학자인 아감벤은 파졸리니 감독의 영화 ‘마태복음’(64년작)에서 빌립으로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그 역시 바울을 주목하며 바디우의 분석에 동의한다. 다만 바울의 보편성은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가 사회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서 나온다고 봤다. 예를 들어 장애인을 단순히 장애가 없는 것처럼 취급할 것이 아니라, 장애가 아예 문제가 안 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
슬로베니아 철학자인 지젝도 앞의 두 철학자와 맥을 같이하면서 다만 십자가 사건으로 초월적인 하나님이 아닌, 상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그리스도의 ‘아가페적 사랑’이 인류에게 대두됐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에 기반한 ‘성령 공동체’가 이 사회의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세 철학자의 주장을 한국 기독교에 반영한다면 각각의 교리를 넘어 교회의 연합을 추구하는 에큐메니컬 운동이 자본주의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