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토크콘서트, 우리 프로서 힌트 얻었대요”… KBS ‘낭독의 발견’ 최원정 아나운서
입력 2010-04-28 21:34
“텍스트가 내 목소리로 울려서 다시 들리면 너무 감동적이에요. 낭독의 매력은 너무 강렬해서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어요.”
텍스트를 매개로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KBS 1TV ‘낭독의 발견’(수 오전 1시)이 28일 300회를 맞았다. ‘낭독의 발견’을 2년 넘게 진행해온 최원정(35) KBS 아나운서를 27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났다.
“사람들이 ‘낭독의 발견’은 굉장히 고상하고 고품격인 교양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초청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털어놓는 데는 틀이 없어요. 이야기의 매개가 텍스트일 뿐이지, 여느 토크쇼 못지 않게 재미있고 감동적입니다.”
토크쇼의 분위기는 진중하면서도 따뜻해서 좀처럼 TV에 나오지 않는 유명 인사들도 ‘낭독의 발견’만은 피하지 않는다. 최 아나운서는 ‘낭독의 발견’이기 때문에 만나게 된 게스트들과의 인연이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함민복 시인은 절대 방송 출연을 안 해요. 하지만 저희가 끈질기게 요청해서 방송 출연을 허락하셨지요. 그런데 오후 7시에 리허설이 시작되는데도 스튜디오에 나타나지 않으시는 거예요. 잠시 있다가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배나온 아저씨가 나타나셨어요. 방송 전에 긴장해서 약주를 드셨대요. 리허설 하면서 ‘이번 방송은 망했다’고 체념했는데, 웬걸요. 큐 들어가자마자 쏟아내는 말들이 모두 시인 것 있지요? 역시 시인은 시인이던걸요.”
소설 ‘고래’의 저자 천명관과의 인연은 방송 후 뒤풀이를 통해서 끈끈해졌다.
“뒤풀이 때 천명관 선생님이 술을 못 드시길래 제가 흑기사로 대신 마셨어요. 그 덕분에 선생님이 다음 소설에 저를 등장인물로 써넣어주시겠다고 약속했어요. 선생님 다음 소설 언제 나올지, 너무 궁금해요.”
KBS 2TV ‘여유만만’(오전 9시 50분)의 진행도 맡고 있는 최 아나운서는 “‘낭독의 발견’은 아침 토크쇼와는 분위기는 다르지만 결국 게스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야기를 끌어낸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고 말했다.
방송인 남희석, 탤런트 이순재 등은 ‘여유만만’때 만난 인연이 ‘낭독의 발견’ 섭외로 연결된 사례다. 반면 방송인 김제동은 ‘여유만만’에서 만날 수 없지만 ‘낭독의 발견’이기에 출연한 케이스다.
“김제동씨는 녹화 끝나고 30∼40분 정도 관객들하고 수다를 나눴어요. 요즘 성황중인 ‘김제동 토크콘서트’는 이 프로그램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하네요. 음악이 있고 책을 읽으면서 토크를 벌이는 형식은 ‘낭독의 발견’에서 빌려온 거지요.”
27일 안나푸르나 등정에 성공한 오은선 대장도 ‘낭독의 발견’을 거쳐 갔다. 최 아나운서는 “이번에 돌아오면 ‘은선 언니’라고 부르기로 했다. 무사히 건강하게 돌아와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낭독의 발견’은 2년 새 최 아나운서를 변화시켰다. 독서 취향은 시와 소설 등 인문서적 위주로 변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층 따뜻해졌다.
“진행하면서 많이 배우고 느끼게 돼요. 아쉬운 점은 새벽 1시에 방송한다는 거예요. 좀더 일찍 방영하면 많은 시청자들도 낭독의 즐거움을 알게 될 텐데….”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