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재중] 임대주택 정책의 허실 지방선거와 선심정책

입력 2010-04-28 19:01


선거철이 되면 으레 정치권과 정부는 긴장모드에 돌입한다. 선거에 임박한 시점에 발표되는 각종 정책에 대해 정부는 통상적인 정책입안이나 집행이라고 주장해도 야당 입장에서는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으로 비치기 일쑤다. 그래서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그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매주 수요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위기관리대책회의에는 통상 각 중앙부처에서 추진하는 경제관련 정책들이 안건으로 논의된다. 부처 간에 이견이 있거나 중복되는 사안을 조정해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회의의 주 목적이다.

하지만 28일 회의에는 다소 낯선 안건이 올라왔다. ‘충남 투자유치 및 지역개발 전략’이 그것이다. 보도자료만 배포해도 될 사안이지만 담당국장이 이례적으로 친절하게 기자들에게 브리핑까지 했다.

회의결과는 이렇다. “첫째, 수도권 기업 지방이전보조금 국비지원 확대 건의 관련, 정부는 각 지자체별 예산 배정이 완료돼 예산의 추가지원은 곤란하지만 내년에는 지자체의 수요를 고려해 예산 증액을 추진할 계획. 둘째, 개별형 외국인투자지역 지정기준 완화 건의에 대해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구분하고 고용효과도 감안해 서비스업의 경우 지정요건을 완화하는 방안 추진. 셋째, 경제자유구역의 공원녹지비율 하향 조정 건의 관련, (충남이 속한) 황해경제자유구역이 타 구역에 비해 녹지비율이 과도한 측면이 있어 녹지비율 하향 조정을 위해 개발계획 변경을 신청하면 검토해 반영할 계획.”

평소에 발표됐더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내용이다. 오히려 지방경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국가경쟁력도 높아지는 만큼 지자체의 투자유치를 적극 독려하는 게 맞다. 윤 장관도 “우리 경제의 선진화는 지방경제가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이며 이를 위해 중앙-지방 간 장벽을 허물고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시기가 문제다. 왜 하필 박해춘 전 국민연금공단이사장이 한나라당 충남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바로 다음날이어야 하는가. 천안함 사태로 잠잠해지긴 했지만 세종시 문제로 지역민심이 들끓고 있는 충남을 치켜세운 점도 그렇다.

기자가 “이러한 정책발표가 시기적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담당국장의 답은 간단명료했다. “연초에 잡힌 일정이고 충남이 투자유치에 가장 대표적이고 우수한 지방자치단체이기 때문에 굳이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몇몇 장·차관들은 “충남이 외국자본과 국내기업 유치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앞서 나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무원 중심으로 유치활동이 전개되는 한계가 있다. 지역사회나 주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선거가 있다고 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손놓고 있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타이밍이 중요한 정책은 적기에 집행돼야 한다. 하지만 시급성을 다투는 일이 아닌데도 정치적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추진할 경우 정책 추진에 필요한 모멘텀이 약해질 수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중앙정부의 정무직 고위관료라면 그 정도의 정치적 감각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6·2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와 여당은 많은 정책을 발표하고 또 약속할 것이다. 하지만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으려면 정책에 수반되는 예산은 얼마나 되며 재원조달은 가능한지, 그로 인해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재정건전성이 악화되지 않을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대중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도 문제지만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선심성 정책 남발도 우리 경제를 멍들게 할 수 있다.

김재중 경제부 차장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