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문일] 천안함 욕보인 망언과 망론

입력 2010-04-28 19:00

망언(妄言)은 전직 육군참모총장에게서 시작됐다. 천안함 침몰 다음날인 3월 27일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은 “병사가 폭탄을 갖고 장난을 치지 않았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내부자 소행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고 초기인 만큼 이런저런 가능성을 따져볼 수있다고는 해도 발상이 참 엉뚱하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이 다음날 바통을 이어 받았다. 그는 “과거에 우리가 뿌려놓은 기뢰 중 회수하지 못한 기뢰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북한의 소행 가능성에 대해선 “사고 해역의 조류가 빠르고 수심 조건도 맞지 않아 기뢰를 설치하기에 좋지 않은 지역”이라며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하기 위해 북측에서 뿌려놓은 기뢰가 사고해역에 흘러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이 수중 폭발에 의해 두 동강 난 것이 확실해진 뒤부터 두 의원의 이름은 신문 방송에 거의 등장하지 않고 않다.

다음은 민주당 차례. 이강래 원내대표는 생존 장병 기자회견 다음날인 4월 8일 “어딘가 짜 맞춘 듯하다”고 말했다. 박지원 정책의장은 장병들이 환자복을 입고 나온 것을 두고 “누가 그러한 발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환자답게 보이려고 위장하는 것은 군인이 아니다”라고 꾸짖었다.

민노당이 빠질 리 없다. 강기갑 의원은 9일 국회 연설에서 “10·4선언만 제대로 이행했다면 천안함의 비극은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 않아 정부도 말조심하던 때에 북한 소행임을 전제로 한 말이 됐다. 북한을 두둔하려는 뜻이었지만 얼떨결에 진심이 나와 버렸다.

망언의 절정은 김효석 민주당 의원이 장식한다. 김 의원은 20일 인양된 천안함의 함미 사진을 분석하며 “여러 군데서 양심선언이 있을 수 있다. 시간문제다”라고 말했다. 이 주장은 네티즌들이 김 의원의 병역 미필 사실을 찾아내면서 신뢰도가 확 떨어졌다. 양심선언이 나오긴 했다. 해군장교를 사칭하며 양심선언인 듯 허위사실을 유포한 네티즌이 21일 체포됐다.

망언뿐이 아니다. 암초설 피로파괴설 미군오폭설 등을 제기하고 지금까지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언론의 망론(妄論)은 더 끔찍하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속성이 있다. 객관적 진실이 드러나더라도 신념을 굽히지 않을 사람이 많다. 만만치 않은 이물질(異物質)을 안고서도 전진할 수 있는 게 자유민주주의의 강점이다.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