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명 주민 모두가 교인 기도·찬양 넘친다… 114년 믿음의 유산 복되게 일구는 해남 초두마을
입력 2010-04-28 17:37
전남 해남의 한 농촌마을 주민 전체가 기독교 교인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해남군 산이면 초송리 초두마을 56가구 110여명의 주민들은 모두 교회에 다니고 있다. 주민 전체가 교인이다 보니 외지에서 시집 온 며느리도 자연스럽게 교회에 다니게 된다.
이 마을 주민들은 마을 회의나 나들이 등 마을의 모든 행사를 기도로 시작하고 있다. 실제로 주민 전체가 지난 19∼20일 관광버스 2대를 빌려 1박2일 일정으로 봄맞이 관광을 강원도로 떠날 때도 가장 먼저 무사히 다녀오길 간구하는 기도를 드렸다.
이 마을은 잔칫날에도 여느 마을과 달리 잔칫상에서 술병을 찾아볼 수 없다. 다른 마을 주민들이 보면 야박하다 할지 모르지만 오랜 세월 동안 술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이 마을에선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담배를 피우는 주민도 거의 없어 군 보건소가 이 마을을 건강실천 마을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 마을엔 장로만 8명이고 권사가 10명이 넘으며 집사는 부지기수다. 마을 주민들의 호칭도 보통 농촌 마을에서 부르는 ‘○○댁’이나 ‘○○양반’이 아닌 ‘장로님’ ‘집사님’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기일 등 집안 행사 때 기도와 찬송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다. 반면에 농촌 마을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를 이 마을에서는 들을 수 없다.
이 마을 주민들이 모두 교회에 다니게 된 데는 1896년 목포에서 외국인 선교사들이 나룻배를 타고 건너와 마을에 초송교회를 설립한 것이 계기가 됐다. 40년 역사의 산이제일교회도 이 마을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두 교회 모두 1.5㎞쯤 떨어진 면 소재지인 초송리 비석마을로 이전했지만 그 뿌리는 초두마을이다.
마을 주민들은 초송교회와 산이제일교회 두 곳을 다닌다. 두 교회로 나눠 다니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자녀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단합이 잘되는 마을이다. 마을 부녀회는 폐비닐과 빈병 등 재활용품을 모아 얻은 수익금 400여만원으로 전신 안마기와 러닝머신 등 각종 운동용품을 구입해 마을회관에 비치했으며, 노인들이 여행을 떠날 때면 경비 중 일부도 지원하고 있다.
이 마을 이장 김경호(47) 안수집사는 “6년간 이장을 하는 동안 주민들끼리 싸우는 등 불상사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가정이나 마을이 항상 편안해 일하기가 가장 편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모두가 교회에 다녀 자랑스럽지만 그만큼 몸가짐이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해남=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