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상담연구원장 최원호 박사 ‘부모 재교육’ 역설

입력 2010-04-28 18:12


이 세상에 완전한 부모는 없다. 부모도 사람이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특히 부모들에게도 열등감이 있다. 부모들의 열등감은 자녀들에게 상처를 안겨주고 부정적인 기억을 심어줘 성격형성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한영신학대 기독교상담학과 겸임교수이며 한국교육상담연구원장인 최원호 박사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15년 넘게 강의하고 상담해왔다. 그러면서 ‘이렇게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 밑에서 크는 아이가 왜 행복하지 못할까?’를 늘 고민하고 연구해 왔다. 그 결과 문제 아이의 뒤에는 늘 문제 부모가 있으며 그 중심에는 부모의 열등감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부모의 열등감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 올바른 부모 역할은 무엇일까? 부모의 열등감은 꿈이 없는 아이를 만든다. 자녀의 행복보다는 자녀로 인해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부모가 끊임없이 공부를 강요해 아이가 삶의 목표를 잃게 된다. 최 박사는 “부모의 역할은 부모가 바라는 인생을 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자신의 인생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모의 열등감은 거짓말쟁이 아이를 만든다. 자녀를 믿지 못하는 부모가 있다. 인간관계에 불신을 갖게 되면 대인관계가 제대로 형성될 리 없다. 인간관계에서 신뢰를 경험해 보지 못한 절망감은 평생을 갈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솔직하게 이야기할 때는 그 내용이 다소 옳지 않더라도 솔직함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칭찬해 줘야 한다.

또 지나치게 산만한 아이로 만든다. 부모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지 못한 아이는 타인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배울 수 없다. 부모와 눈을 맞추는 그 시간을 통해 집중력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에게 부모는 잘못을 꾸짖기 이전에 먼저 아이의 눈을 바라보면서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시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부모는 말·감정·행동의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

열등감이 있는 부모는 아이를 폭력적으로 만든다. 부모의 잔소리는 언어폭력의 시작이다. 잔소리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요구나 기대, 목표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아이가 부모의 말을 잔소리로 인식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고 어머니나 형제를 때리는 행동을 보인다. 이때 부모는 잔소리가 그저 자신의 화풀이, 분풀이, 열등감의 표출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부모들은 스스로의 부족함, 단점, 나쁜 습관들에 아이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부모의 열등감이 아이에게 대물림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최 박사는 “내 아이의 행복한 삶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부모의 열등감의 원인을 파악하고 드러내야 한다”며 “열등감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극복하고 온전히 치유한다면 상처 없이 부모와 아이의 자존감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최근 이러한 부모의 열등감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치유하는 ‘열등감 부모’(팝콘북스)를 출간했다. 그는 “‘부모들을 위한 심리상담서’인 이 책을 통해 부모가 자신에게 감춰진 열등감을 자녀를 통해 해소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잘 관리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열등감에서 벗어나 부모와 자녀의 자존감을 동시에 키우는 법을 조언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