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안나푸르나 정상에 태극기… 오은선,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입력 2010-04-28 00:58

한국의 여성 산악인 오은선(44·블랙야크)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세계 히말라야 등정 역사를 새로 썼다.

오은선은 27일 오후 6시15분(이하 한국시간) 네팔 히말라야 산맥 중부에 위치한 안나푸르나(8091m) 정상 정복에 성공해 세계 여성 산악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이상 14개 봉우리에 모두 오른 철녀(鐵女)로 기록됐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산악인은 남성만 19명이었다. 한국은 14좌 완등자 최다 배출국(4명·엄홍길 박영석 한왕용 오은선)의 영광도 안게 됐다(2위 이탈리아 3명).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히말라야 13좌 등정에 성공했던 오은선은 이날 오전 5시 안나푸르나 정상 직전 마지막 캠프(7200m)를 출발해 13시간16분 만에 꿈을 이뤘다. 오은선은 정상 50m 아래 지점에서 갑자기 발생한 눈사태로 위기를 맞았으나 체력과 정신력을 가다듬은 뒤 차분하게 정상 정복에 성공했다.

오은선은 안나푸르나에 오른 뒤 태극기를 꺼내 흔들었다. 오은선은 정상에서 “국민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오은선은 지난해 안나푸르나에서 숨진 후배 고미영(당시 42세)의 사진을 정상 눈 속에 묻고 내려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은선 대장의 이번 완등은 도전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 인간 승리 과정이었다. 정말 장하고 자랑스럽다”는 축전을 보냈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