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공화 이번엔 금융개혁 ‘입법 전쟁’

입력 2010-04-27 18:09

건강보험 개혁에 이어 금융개혁법안 처리 과정에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2차 입법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연방 상원은 26일(현지시간) 금융개혁법안 상정 여부를 위한 표결을 실시했다. 민주당은 법안 논의 시작을 위해 60표가 필요했으나, 이를 확보하는 데 실패해 1차 전투에서 민주당이 졌다. 찬성 57표였으나, 공화당 의원 41명 전원과 민주당 의원 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민주당 상원을 이끌고 있는 헨리 리드 원내대표와 벨 넬슨 의원이 던졌다. 원내대표가 반대표를 던져 자당의 금융개혁법안 상정을 확실히 부결시킨 것은 상원의 골드만삭스 청문회(27일)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민주당으로선 겉으로는 졌지만, 좀 더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지연작전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청문회가 끝나자마자 주내에 다시 표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등에 업자는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파생상품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막대한 이익을 취한 데 대해 미국 내 여론은 들끓고 있다. 때마침 민주당 상원 칼 레빈 의원은 이날 골드만삭스의 부정행위를 폭로했다. 18개월간 조사해 확보한 서류와 이메일을 토대로 골드만삭스가 2007년 주택가격 폭락을 이용해 큰 수익을 챙기는 전략을 세워 고객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주주 아일린 리치먼도 골드만삭스를 제소하는 등 골드만삭스는 주주들로부터 잇달아 피소되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는 청문회에 앞서 서면 증언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과 함께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은 월가 개혁에 아주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개혁법안의 핵심 내용은 골드만삭스 같은 월가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다.

공화당은 다소 갑갑한 상황이다. 여론이 부정적으로 흘러가면 금융개혁법안을 마냥 반대할 수만은 없어서다. 그랬다간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선지 물밑에서 민주당과 수정안 협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중간선거를 감안, 보수파의 강력한 반발을 부를 정도로 개혁법안을 밀어붙일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따라서 1년 넘게 치열한 공방을 벌인 건보개혁보다는 타협이 쉬울 거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번 표결 결과에 대해 “공화당이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정치적 입장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여지를 뒀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