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히말라야에서 날아든 오은선의 쾌거

입력 2010-04-27 22:07

산악인 오은선씨가 27일 오후 6시16분(한국시간) 히말라야산맥의 안나푸르나(8091m) 정상에 올라 8000m급 고봉 14좌를 완등(完登)한 최초의 여성이 됐다. 산스크리트어로 ‘수확(收穫)의 여신’이란 뜻인 안나푸르나는 지난해 10월 거센 눈보라를 내뿜어 오씨를 거부했으나 이번에는 오씨를 축하하려고 마음먹은 듯 쾌청한 하늘을 펼쳐주었다. 1950년 6월 3일 최초로 인간에게 8000m급 등정을 허락한 안나푸르나의 여신은 오씨에게는 여성 최초 14좌 완등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오씨는 새벽 5시 7200m 고도의 제4캠프를 출발, 13시간 16분 동안의 고투 끝에 정상을 밟았다. 14좌 완등에 시샤팡마 하나만을 남겨둔 경쟁자 에두르네 파사반(스페인)의 추격에서 영원히 벗어난 순간이다. 오씨는 태극기를 꺼내 들고 “국민과 기쁨을 나누겠습니다”라고 말했다. 1986년 라인홀트 메스너 이후 20번째, 한국인으로는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씨에 이어 4번째 완등자가 된 오씨는 14개봉 중 12개봉을 산소통 없이 올라 등반 가치를 높였다.

수원대 산악부 출신인 오씨는 1997년 7월 가셔브룸Ⅱ 등정으로 히말라야 대장정을 시작해 2004년 5월 에베레스트를 동양 여성 최초로 단독 등정해 이름을 떨쳤다. 오씨는 지난해 7월 낭가파르바트에서 자신보다 몇 시간 늦게 오르던 경쟁자 고미영씨가 하산 도중 추락사한 사고에 큰 충격을 받았다. 두 사람과 이들을 후원하는 스폰서 기업의 과도한 경쟁이 죽음을 부른 게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오씨의 칸첸중가 등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어려움까지 겪었다.

의혹을 제기하기는 쉽지만 반박하기는 어려운 게 고봉 등정의 진실이다. 악천후 속에서 이뤄진 칸첸중가 등반에서 정상 부근의 시계가 확보되지 않는 상태로 인증 사진을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오씨와 세르파는 주장한다. 오씨의 기록 공인을 방해할 수 있는 이 의혹이 국내에서 제기돼 국제적 논란거리가 된 것은 유감이다. 국내 산악계는 과거의 앙금을 털어버리고 오씨의 대업(大業)을 함께 축하함으로써 스스로 만든 옥의 티를 지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