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혜경] 평범한 사랑의 소중함

입력 2010-04-27 18:25


“엄마랑 같이 있는 게 좋아요? 아빠랑 같이 있는 게 좋아요?”라는 고전적인 사회자의 물음에, 한 아이가 “엄마가 잘해줄 때에는 엄마랑 있는 게 좋고, 아빠가 잘해줄 때에는 아빠랑 있는 게 좋아요.”라고 센스 있게 대답한다. 요즘 인기있는 TV프로그램 ‘스타주니어 붕어빵’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연예인 부모와 그들의 아이가 함께 출연해 “우리 아빠는요, 우리 딸은요∼”라고 운을 떼는 이야기들은 보는 이들의 배꼽을 잡게 하기도, 감동을 주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가족들 간에 담소를 나누며,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며 지내는 것은 당연한 것일 텐데, 우리들은 평범하고 당연한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프로그램이 얼마 전 국제적인 방송상까지 받았다는 말을 듣고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당연한 것이 점점 귀해져 가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일을 하면서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거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보잘것없다고 생각하거나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여겨버린다. 이런 아이가 자라서 그들의 아이가 생겼을 때 과연 얼마나 올바르게 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캠프에서 만나 알게 된 한 고등학생 남자 아이는 수려한 외모에 축구선수로 활동하고 있어 여학생들에게도 인기다. 가끔씩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안부를 묻게 되는데, 이 아이가 여자친구랑 만나 3∼4일만 지나면 힘들어하다가 헤어지고, 일주일 후면 다른 여자친구를 만나 사랑을 다짐하는 것을 2개월 동안 다섯 번이나 지켜봤다.

옆에서 보자니 너무 안타까워 헤어지는 이유를 물었더니, 여자친구가 교제하자는 것을 거절하지를 못하겠고, 만나다가는 여자친구가 하는 말에 상처를 받고 괴로워하다가 결국 헤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아이는 “선생님, 저는요, 돈이 많기를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평범한 집에서 평범한 부모와 사는 친구들이 부러울 뿐이고, 평범한 여자친구 만나서 평범하게 사랑하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을 뿐인데, 그게 잘 안돼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며칠 후 우리 가족 모임에서 부모님은 나에게 “우리 아이들 자랄 때, 해주고 싶은 것들을 많이 못해줘서 얼마나 미안한지 모르겠구나” 하셔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으니,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걸 감사하게 생각해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는 사람 많은 식당에서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 짧고 평범한 말을 왜 더 빨리 생각하지 못했을까.

5월 1일부터 7일까지는 어린이주간이다. 5월 5일 어린이날은 물론이고 한 달 내내 가정의 달이라고 여기저기서 행사가 풍성하다. 매년 찾아오는 이런 기념일들이라도 소중히 아껴보자. “주님께서 당신을 어느 곳에 데려다 놓든 그곳이 바로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던 마더 테레사의 말을 기억하면서 내가 있는 곳에, 내 생활에 사랑의 꽃을 피워보자.

이혜경 한국아동복지협회 기획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