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저금리 폐단 경고했었다

입력 2010-04-27 22:42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점진적이되 선제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원론적이지만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과잉 현상의 부작용을 경고한 것과 맞물려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한은이 27일 공개한 지난달 11일 금통위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상당수 금통위원들은 2.0%의 낮은 기준금리와 시중에 지나치게 많이 풀린 유동성이 금융시장의 자금 배분을 왜곡시키고,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기는 등 폐단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금통위는 이성태 전 총재가 주재했으며 지난 7일과 24일 퇴임한 심훈, 박봉흠 금통위원이 참석했다.

한 금통위원은 “저금리가 오래 지속될 경우 구조조정 지연, 멀지 않은 장래의 물가상승 압력 증대, 자산가격 오름세 확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통화정책은 상당한 시차를 두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급격한 정책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정책 기조를 가급적 조기에 점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저금리 지속으로 인한 경제적 폐해와 금리 정상화가 미칠 영향 등을 총체적으로 감안해야 한다”면서 “통화정책 기조 변화가 경제주체의 기대와 다른 것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클 수 있으므로 시장 참여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의 저금리 우려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한 금통위원은 “주택 가격 상승에 익숙해진 가계가 저금리를 이용해 부채를 많이 늘려 왔다”고 지적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낮은 실질금리는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상위 계층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저축자에게는 조세를 부과하는 모순된 결과를 낳는다”며 “금리정책에서 차입자의 부담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지만, 저축자의 소득도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 뒤를 이은 김중수 총재는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이 갚을 능력이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극단적으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 시각차를 드러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