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급물살 탄 금융시장-② 고객의 마음을 잡아라] 충성도 높은 자영업자·서민 우대 잇따라
입력 2010-04-27 19:29
은행들이 ‘큰손’만 우대하고 ‘서민’들은 찬밥 취급한다는 것은 옛말이 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고금리를 찾아 철새처럼 떠도는 거대 자산가보다 비록 푼돈일지라도 은행의 충성도가 높은 고객층이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으면서 서민과 자영업자 등 단골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단골고객을 우대하라=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다음달 1일부터 ‘우리 보너스 패밀리’제도를 도입, 고객 우대제도를 대폭 강화한다.
우리금융그룹 내 고객자산을 합산해 금리 우대와 각종 수수료 면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온 ‘우리보너스멤버십’ 제도를 확대 개편했다. 거래규모에 따라 5단계로 구분, 등급에 따라 각종 금융서비스 및 계열사별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10년 이상의 장기거래고객 중 자동이체를 3건 이상 등록한 고객은 거래규모와 관계없이 프리미엄 등급을 부여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거래고객 3명 중 1명이 우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단골 고객을 위해 비즈 파트너 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외환카드 가맹점 등 개인사업자와 중소법인을 위한 사업자 전용 특화 카드다. 외환은행은 카드 회원의 비즈니스 파트너 역할을 맡아 해외출장 지원은 물론 세무·노무관리 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부가세 신고와 환급지원은 물론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업무도 대행해준다. 카드 가맹점주에게는 가맹점 수수료의 최대 20%를 적립해주고, 거치식 대출시 취급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일반 사업자에게는 최대 0.7%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씨티은행은 생일, 졸업, 출산, 취업, 주택구입시에 최고 연 0.5%포인트의 보너스 금리를 주는 ‘원더풀 라이프 적금’을 출시했다. 고객에게 즐거운 일이 발생할 때마다 은행이 축하하는 마음으로 우대금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출산 장려를 위해 출산 시에는 횟수 제한이 없이 추가 금리를 제공하다.
개인 고객뿐 아니라 법인도 가입할 수 있다.
◇달라진 자영업자의 위상=은행들의 서민 고객 우대 정책으로 상당수가 자영업자인 카드 가맹점주들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자영업자는 일반 월급쟁이보다 예금 규모가 크고, 은행에 기여하는 수익도 월등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마음 졸이며 대출 문의를 하던 자영업자들이 은행의 VIP 고객으로 당당히 대접받기 시작했다.
국민은행은 카드 가맹점주에게 예금과 대출, 카드 컨설팅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KB가맹점우대통장’을 출시했다. 대출 시에는 금리를 0.5%포인트 깎아주고, 적금에 가입하면 0.3%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이 통장에 가입한 가맹점주가 전용카드인 ‘오너스’ 카드를 사용하면 가맹점 수수료의 10%를 결제대금에서 할인해 준다. 국민은행은 또 산재보험 등 4대보험 업무를 무료 대행해주는 등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개인사업자들이 골치 아픈 인사·노무 문제를 잊고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카드 가맹점주들이 적금 가입 시 0.2%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거래실적에 따라 타행 자동입출금기 인출수수료를 월 8회까지 면제해준다.
신한금융그룹도 이날부터 신한 에스모어(S-MORE) 포인트 통장의 포인트 적립 요건을 확대했다. 기존에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은행과 증권·보험 거래 시에도 포인트를 쌓을 수 있게 됐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