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조원일] 베이징 옥류관 꽉 채운 한국 관광객들
입력 2010-04-27 18:40
지난 23일 저녁 현대자동차 베이징공장 취재차 중국 출장을 갔다가 현지인의 안내로 베이징의 ‘한인촌’ 왕징(望京)에 위치한 북한 식당 ‘옥류관’을 찾았다.
“어서 오시라요. 손님이 너무 많아 기다릴 수 있갔습네까?” 북한 사투리가 완연한 여종업원의 목소리에 식당 내부를 둘러보니 남은 자리가 없었다. 한꺼번에 50여명이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한국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20여분이 지나 겨우 자리를 잡고 앉자, 현지가이드는 “하루에 300∼400명이 이곳을 찾는다”며 “대부분 한국 관광객이나 현지 동포들”이라고 귀띔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하루 8만∼9만 위안(1300만∼1500만원)을 벌었던 옥류관은 요즘도 매상이 4만∼5만 위안은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식당 내 테이블 곳곳에서는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가 들리고 북한 ‘들쭉술’을 들고 건배하는 풍경도 눈에 띄었다.
천안함 사건과 금강산 관광지구 부동산 몰수 등으로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있는데 북한 정부의 외화벌이용 북한 식당이 남한 관광객들로 미어터지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옆자리에 앉은 남한 관광객에게 “북한이 천안함을 직접 공격했을 수도 있는데 북한 음식점에 오는 게 꺼림칙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북한 정권이 밉지만 평양냉면 맛도 외면할 만큼 우리가 편협하진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이는 “북한의 돌발 행동이 남북 화해 기류에 일시적인 장해물이 될 수 있겠지만 언제까지나 화해의 흐름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면서 “준엄하게 대응할 건 하고 품어 안을 건 안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그들의 ‘변명’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남북 화해와 북한 개방은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자 대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옥류관 식사 한 끼를 이적 행위나 반민족 행위로 치부하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리라. 하지만 불고기와 홍어무침, 빈대떡에 이어 나온 냉면 맛은 도통 개운치가 않았다.
사회2부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