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발호] 스마트 그리드 확산 위해 소비자와 교감 절실
입력 2010-04-27 18:06
스마트폰, 스마트 카드, 스마트홈, 스마트 자동차 등 ‘똑똑한’ 제품과 서비스가 우리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크게 바꾸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양방향 지능형 기술 혁신과 사용자 편의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고갈돼 가는 화석연료와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의 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똑똑한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가 우리 생활에 더욱 빠르게 확산되기 위해서는 똑똑한 소비자(Smart Consumer)와 기술이 교감할 수 있는 체계가 정립되어야 한다. 즉 소비자 중심으로 인터페이스 구축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지능형 전력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송·배전망, 미터기, 전자제품 등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자료가 통신망을 통해 효과적인 방법으로 실시간 수집, 정리되는 동시에 정보로 가공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돼야 한다. 또한 소비자는 지능적인 의사결정 단계를 거쳐 전력소비 행태에 반응해야 한다. 물론 이 새로운 전력소비 행태 자료는 통신망을 통해 다시 수집되는 순환 구조를 띠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전력 공급자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이 모든 과정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스마트 미터기, 스마트 유틸리티, 스마트 소비자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게 하여 전력설비의 효율을 높이고, 고품질의 전력을 적정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능형 전력망이 우리 생활에 성공적으로 흡수되기 위해서는 스마트 미터기나 스마트 유틸리티 같은 기술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스마트 유틸리티가 제공한 정보를 받아 에너지를 올바르게 소비하는 최종 소비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 소비자들에게 스마트 그리드 참여 동기를 부여하는 경제적 인센티브에 대한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 환경 문제를 걱정하는 소수의 그룹을 제외하고는 ‘좋은 인센티브’ 혜택이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를 스마트 그리드에 끌어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는 스마트 하우스를 구성하기 위해 스마트 어플라이언스(전자기기)를 구매하고, 스마트 미터기를 설치하는 등 초기 비용에 대한 부담을 떠안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휴대전화의 경우 소비자들은 단말기 구입비용 및 통신망 구축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그 지불액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누리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다소의 불만이 있더라도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비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력요금 체계를 갖춘 국내 전력산업의 상황에서 몇 천원의 전력요금 절감은 스마트 그리드 확대의 주된 인센티브로 작용하기 어렵다. 이런 탓에 저렴한 요금 체계가 오히려 스마트 그리드 확대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작년 말부터 시작된 제주실증단지 프로젝트에서 스마트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기술지원 방안 및 위험요소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스마트 그리드는 기술 자체만으로는 존립하기 어려운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 그리드 확대의 핵심이 바로 최종 소비자의 반응에 있는 만큼 스마트 그리드 구축 및 확대를 위해서는 스마트 소비자의 의견이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
김발호 홍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