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한달-③ 전문가 대담] 北, 긴장수위 높아지면 항상 도발… 軍 대비태세 구멍

입력 2010-04-27 18:27


군 전문가들은 해군 천안함 침몰사건은 북한 도발에 대한 안이한 준비태세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또 군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는 등 초기대응과 사후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도 높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적한 “군이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질타와 같은 맥락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26일 두 군사전문가들이 지상대담을 했다.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거쳐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황병무 국방대학교 명예교수는 40여년간 군사전략을 강의했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통령직속 국방발전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천안함의 교훈

△김장수 의원=안보에는 시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군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적의 군사적 배치와 능력, 의도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번에는 허를 찔린 것이다. 북한은 항상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도발해 왔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북한은 수상함정 전력에서는 더 이상 우리 해군을 대적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우리 군이 자만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 북한이 수중전력을 이용해 공격할 가능성에도 반드시 대비했어야 한다.

△황병무 교수=가장 뼈아픈 교훈은 우리의 안보태세와 군의 준비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이다. 과거 북한의 행태를 보면 남북 간에 긴장수위가 높아지면 도발이라는 강수를 뒀다. 남북 간 ‘대화’라는 ‘정치적인 수단’이 무너지면 북한은 ‘도발’이라는 군사적 수단을 뽑아들었다. 또 말로 거듭된 위협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도 종종 있었다. 천안함 사건 전 북한은 여러 차례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런 행태를 면밀히 살펴 왔다면 군은 당연히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유의했어야 한다. 군은 경계의 실패가 있어서는 안 된다.

군 초기대응 및 국가위기관리시스템

△김 의원=당시 상황에서는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가혹한 사후강평이 될 수도 있지만 보완해야 할 점이 상당히 많다.

△황 교수=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핵심적인 사안은 아니다. 군은 위기와 전쟁을 대비하는 집단이다. 다양한 위기관리 매뉴얼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매뉴얼은 돌발 상황에서 참고용으로 쓰이는 것이다. 문제는 위기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1961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 백악관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와 군 리더들은 그때그때 상황에 신속하고도 유연하게 대처했다. 군은 이번 사건에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신속한 수습을 위해 현장부대에 충분한 지휘권을 부여하고 단계별로 중요한 지침은 합참 지휘부에서 내렸어야 한다.

우리군의 전력증강 방향

△김 의원=우리군의 전력이 아무리 첨단화되고 과학화되더라도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공격해 온다면 속수무책일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전에 대비한 첨단화와 과학화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수중무기체계를 보완할 필요는 있다. 대북군사력 우위 유지와 함께 주변국 위협을 고려한 전략적인 억제력도 확보해야 한다. 지나치게 현존위협에만 중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

△황 교수=같은 의견이다. 이번에 드러난 취약점을 보완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해군의 경우 수상함 증강에 주력했던 방향에서 수중무기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서해 비파곶이나 사곶에 잠수함기지를 두고 있다는 것은 잠수함 등 수중무기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비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양해군의 흐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위협은 현존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잠재적인 위협을 간과할 수는 없다.

군사기밀 공개 문제

△김 의원=기밀공개 여부는 군이 판단할 문제다. 언론으로서는 궁금한 사안에 대해서 당연히 공개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반드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군이 끝까지 지켜야 했다.

△황 교수=아쉬운 부분이다. 군함이 침몰한 사건은 관광선이 침몰한 것과는 명백히 다른 사안이다. 작전상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사안들이 많이 공개됐다. ‘알권리’와 ‘알려서는 안 되는 권리’ 가운데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북한의 소행일 경우 대응방안

△김 의원=군사적인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 군사적 대응이 없는 비군사적 대응은 휴지에 불과하다. 군사적 대응 여부는 통수권자가 판단할 문제다. 외교적인 수단이나 국제적인 제재는 공허하다. 쿠바 미사일 사태도 미국이 13일간 해안봉쇄라는 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했기에 외교적인 수단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황 교수=군사적인 대응과 비군사적인 대응을 고려해야 하지만 군사작전상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군사적 대응을 배제하라는 소리는 아니다. 단지 군사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사용할 수도 있고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