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동수] 북한의 엑스포 참여
입력 2010-04-27 17:57
1991년 처음 방문했던 상하이는 남루했다. 서구열강의 조차지였던 황푸 와이탄 쪽은 그런대로 볼만했지만 다른 지역은 우리나라의 60년대를 연상케 했다. 건물은 낙후됐고 사람들은 우중충했다. 대로를 휩쓸고 다닌 것은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 행렬이었다. 그런 상하이를 바라보며 ‘서울 정도로 발전하려면 매우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 판단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상하이는 그 후 상전벽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오늘날 상하이는 서울 도쿄 홍콩 싱가포르와 어깨를 견줄 정도의 국제도시가 됐다. 중국의 맨해튼이라는 푸둥지구 마천루들을 바라보면 입이 쉽게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 상하이가 이틀 후면 다시 용틀임을 한다. 지구촌 경제올림픽으로 불리는 ‘2010세계엑스포’가 개막되기 때문.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무역·금융 중심지로 도약하려는 상하이가 엑스포에 쏟는 열정은 대단하다. 286억 위안(약 4조6526억원)이 투입된 박람회는 면적(5.28㎢) 뿐 아니라 참가국과 국제기구 숫자(242), 자원봉사자(100만명), 공연(2만여회), 예상 관람객(7000만∼1억명) 등에서 모두 사상 최대다.
최고의 볼거리는 역시 각국이 세운 국가관. 42곳의 국가관들은 하나같이 걸출한 예술작품들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는 한국관과 별도로 기업 12곳이 299억원을 투입한 ‘한국 기업연합관’까지 세웠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우리 상품의 우수성을 알릴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북한이 사상 처음 엑스포에 참여한 것도 관심거리다. 북한은 오랫동안 ‘자본주의 돈놀음’이라며 엑스포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중국식 개방경제를 모색하던 2007년 세계박람회기구에 가입했고 중국의 적극적인 권유로 이번 엑스포에 참여했다. 북한이 엑스포에 참여한 사실 자체가 많은 함의를 갖는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한관 내부는 체제선전용 성격이 강하다. ‘평양의 도시발전’이란 주제 아래 대동강과 평양시내가 나오는 대형사진, 주체사상탑 축소모형, 정자(亭子)와 고구려 고분벽화를 재현한 동굴 등만 전시됐다고 한다. 마땅히 내놓을 상품이 없었던 때문이기도 하리라. 한편 이번 엑스포 개막식과 만찬엔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이명박 대통령과의 조우 여부가 주목된다. 천안함 사건 이후라 김 위원장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