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신데렐라 언니’ 배경으로 등장한 손상기 회고전

입력 2010-04-27 18:00


가난·고독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천재작가

39세 젊은 나이에 요절한 화가 손상기를 아십니까. KBS 2TV 수목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배경으로 서울 청담동 샘터화랑의 손상기 회고전 ‘시들지 않는 꽃’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8일과 14일 방송된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은조(문근영)에게 과외선생 기훈(천정명)이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가 손상기라고 말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훗날 직장인이 된 은조는 우연히 손상기 전시에 들러 대표작 ‘따스한 빛’을 유심히 살펴보고, 이곳에서 연적이자 이복 여동생 효선(서우)과 작품을 관람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효선은 손상기의 ‘영원한 퇴원’을 두고 “기훈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라고 소개했다. 갤러리측은 드라마 방송 이후 전시 문의가 쇄도하고 관람객도 줄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손상기는 불행한 삶을 살았던 천재작가였다. 어릴 적 구루병을 앓은데다 초등학교 때 나무에서 떨어져 척추장애를 입은 그는 평생 병원을 오가며 겪은 가난과 고독을 그림과 글로 승화시켰다. 고향 여수의 바다와 어시장을 소재로 작업하다 79년 상경한 작가는 아현동 홍등가와 도심 변두리 삶을 ‘공작도시’ 연작으로 묘사했다.

82년 ‘공작도시-신음하는 도심’으로 한국미술대전에 입선한 그는 주류 화단과 타협하지 않으며 묵묵히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추구함으로써 김기창 등 원로작가로부터 재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병마와 외로움에 시달리던 그는 울혈성 심부전증으로 88년 짧은 생을 마감했다. 200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주기 회고전이 열리기도 했다.

달동네의 쓸쓸한 풍경을 담은 그의 ‘공작도시’는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유복자로 엄마와 잡초처럼 살아가는 은조, 재벌가의 숨겨진 자식으로 태어나 이복형제와 큰엄마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기훈의 상처받은 영혼을 잘 보여준다. 또 침대 위에 지팡이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영원한 퇴원’은 작가의 운명을 예감하고 그린 듯한 작품이다.

하지만 은조가 처음 본 작품 ‘따스한 빛’은 소외와 절망 속에서도 작가에게 정열을 불태우는 빛이었고 구원이었듯이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은조에게도 희망을 빛을 전한다. 생전에 함께 아파하다 작가가 숨진 후 해마다 추모전을 여는 엄중구 샘터화랑 대표는 “진실성과 생명력을 지닌 작품을 통해 진정한 예술가상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02-514-5122).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