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 바이블] 천안함 참사가 주는 교훈

입력 2010-04-27 17:43


왜 ‘내탓’이라는 회개의 목소리는 없는가

대한민국 해군 천안함이 침몰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초계함이 경계 임무 수행 중 속수무책으로 두 동강 났고, 순식간에 46명의 군인이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문책 및 대응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원인이 구체화되고 애도기간이 지나면 논란과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다.

사건 전후의 본질은 국가의 총체적 위기관리 의식과 역량의 문제로 귀결된다. 피해와 위기가 어느 정도이며 얼마나 자주 발생하느냐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기를 다루는 자세와 위기 이후에 나아가려는 지향점의 문제다. 원인 규명, 문책, 보상, 예방 및 대응 조치가 철저히 진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자칫 단편적이고 형식적인 대응책에 그칠 소지가 크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갈등과 위기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서든 도려내거나 잠재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지배되어 왔다. 1960∼70년대 경제적 발전과 정치적 민주주의가 양립하지 못했고, 1994∼95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을 때엔 국민주택 200만호 건설의 주역인 건설업자들이 파렴치한으로 낙인찍혔으며, 1997년 외환위기 전후부터는 가진 자가 빈부격차의 주범으로 질시 대상이 되었다. 이는 갈등과 위기 상황의 내면에 담긴 시대적 메시지를 간과함으로써 겪게 된 역사적 시행착오다.

천안함 참사를 통해 우리는 깨우쳐야 할 성경적 논리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위기의식과 위기관리 주체의 공유다. 이번 참사는 국가적 재난이며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아무도 ‘내 탓’이라고 회개하는 주체가 없다. 옛날 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이스라엘 민족은 ‘함께’ 하나님 앞에서 굵은 베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금식하였다(에 4:1∼3). 유가족을 위로하는 기도가 울려 퍼지는 예배당에서도 우리의 죄악과 허물 때문이라는 회개의 기도는 잠잠하다. 교회도 사회도 관찰자로서만 애도하고 분통해하고 있다. 결과에 대한 평가자로서만 갑론을박이 분분하다. 비단 정치꾼이 아니더라도 ‘네 탓’이나 ‘민족 탓’으로 돌리며 자기 정화에 분주해서는 결코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경륜을 헤아릴 수 없다.

다음으로 학습효과를 높여야 한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에게,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에게 하신 일은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과 인간의 ‘사람 됨’을 가르치신 일로 집약된다. 따라서 우리는 마땅히 학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람 사는 이 땅에서는 경제적 위기는 물론이고 사회적 위기는 항상 발생하기 마련이다. 성경에 기록된 대부분 인간사는 위기의 역사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은 언제나 위기 발생과 그 결과에 대한 정보이지만 반복되는 위기로부터 무엇을 학습할 것인가가 보다 우선적인 과제가 되어야 한다.

학습을 하려면 사건이 발생한 상황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한다. 관찰자나 평가자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심지어는 가해자에게도 다가가야 한다. 9·11테러 발생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한 것과 같은 일방적인 방식으로는 학습효과를 높일 수 없다. 여호수아의 군대가 가나안 땅을 점령한 것과 같이 분명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위기 상황을 회복의 역사로 이끌어야 한다. 회복은 곧 사회적 화합을 의미한다. 다윗이 아말렉 사람들에게 빼앗겼던 가족과 재산을 되찾아 돌아왔을 때 전리품 분배를 두고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였는데 그는 사회적 화합을 위한 공정성의 분배 원리를 적용했다(삼상 30:18∼25). 위기관리의 주체는 정부나 군대만이 아니며 군인 개개인은 더욱 아니다. 화합하는 국민 모두다. 복음과 생명이 흘러가야 하듯 우리 사회가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주체들이 어우러져야 한다.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가 회복되어야 하듯 사람과 사람의 사회적 관계도 회복되어야 인간과 자연의 관계도 회복될 수 있다.

하나님의 경륜을 깨달은 교회(기독교인)는 참담한 위기 상황을 가치 있는 삶의 현장으로 전환시킬 책임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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