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친스키 전대통령 兄 “대선 출마”

입력 2010-04-27 00:47

예상대로 형이 나섰다.

오는 6월 20일 치러지는 폴란드 대선에서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고 레흐 카친스키(61) 폴란드 대통령을 대신해 쌍둥이 형인 야로슬라브 카친스키 당수가 ‘법과정의당’의 대권 후보로 나섰다. 이에 따라 ‘추도 정국’으로 어수선했던 폴란드 대선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AFP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카친스키 당수는 보수우파인 법과정의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공식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글에서 “폴란드는 공동으로 짊어져할 위대한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이 개인적인 비극을 뛰어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대권 도전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수많은 폴란드 엘리트들의 비극적 죽음이 의미하는 게 있다면 그들이 못다 한 임무를 완수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란드 대선은 당초 10월로 예정됐다. 하지만 이달 10일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96명이 ‘카틴숲 학살사건(1940년 옛 소련 비밀경찰이 폴란드인 2만여명을 처형한 사건)’을 추모하러 러시아로 가다 비행기 사고로 한꺼번에 사망하면서 일정이 당겨졌다.

애초 대선은 ‘법과정의당’ 소속 카친스키 대통령과 도널드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시민강령’의 보르니슬라브 코모로브스키 하원 의장, ‘민주좌파동맹’의 예리치 스마이진스키 하원 부의장의 3파전으로 전개됐었다. 그런데 비행기 사고로 카친스키 대통령과 스마이진키 부의장이 사망하면서 대통령 권한 대행인 코모로브스키 하원 의장이 유일 후보로 남는 상황이 됐다.

관심은 카친스키 당수가 ‘법과정의당’의 초반 열세를 만회할 수 있을지 여부다.

과거 여론조사에서는 진보적인 시민강령 후보인 코모로브스키 의장이 카친스키 대통령의 재선 기도를 좌절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코모로브스키 의장은 카친스키 당수가 후보로 나설 경우에도 이길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카친스키 당수가 이끄는 ‘법과정의당’은 대통령 외에도 원내총무 등 많은 당 간부들이 사망하면서 이번 사고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동정론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카친스키 형제의 시대가 부활될지에 세계의 시선이 쏠린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