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레지던스(장기투숙자용 콘도형 오피스텔)는 무허가 숙박시설”
입력 2010-04-26 18:38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호텔식 영업을 하는 ‘서비스드 레지던스’(레지던스)가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레지던스는 장기투숙 목적의 외국계 기업 주재원, 관광객, 내국인 등에게 임대하는 호텔형 주거시설로 서울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7000여실이 운영되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업무시설을 허가 없이 숙박시설로 전용한 혐의(건축법·공중위생법 위반)로 기소된 서머셋 팰리스 등 레지던스 운영업체 8곳과 운영 책임자에게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건물 중 업무시설 등으로 사용승인 받은 부분을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숙박시설로 사용함으로써 용도를 변경한 것으로 본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운영업체 측은 “레지던스업이 특정 장기 투숙자를 서비스 대상으로 하고, 시설 관리 책임도 투숙자에게 지운다는 점에서 숙박업이 아닌 임대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레지던스 업계와 경쟁하고 있는 한국관광호텔협회는 2007년 “레지던스가 단기 임대로 호텔과 다름없는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며 고발했다. 1·2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레지던스는 객실에 주택처럼 주방, 세탁시설, 인터넷 회선 등을 갖추고 룸 서비스, 메시징 서비스 등 호텔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콘도형 오피스텔이다. 호텔보다 비용이 싸고 주거가 가능해 서울 강남 지역을 비롯해 광화문, 종로 등 도심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통계가 따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한국서비스드레지던스협회에 등록된 객실 수는 전국적으로 4200∼5000개로 파악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객실까지 합칠 경우 7000실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 현행 레지던스 영업이 불법으로 규정됨에 따라 업계는 법 개정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불법 행위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과는 관련 없다. 하지만 영업을 지속할 경우 추가적인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돼 업계로선 부담이 크다.
레지던스 업계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를 수밖에 없지만 다양한 관광 인프라 시설로 기능하고 있는 만큼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별도 입법을 통해 신규 업종으로 제도화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선정수 김현길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