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구원 등판’… 정세균 만나 지방선거 논의
입력 2010-04-26 21:58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만났다. 경기도지사 야권 후보 단일화 방안 등 지방선거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야권 후보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단일 후보가 선출되면 패한 쪽이 단일 후보의 선거운동을 적극 돕는 ‘야권 연대형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야권 단일 대오를 만들어 현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고, 손 전 대표는 “구체적인 단일화 방안 마련을 위해 실무적 논의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손 전 대표가 야권연대 협상 결렬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에 산파 역할을 자청함으로써 야권연대 논의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특히 손 전 대표는 민주당 김진표 후보 측은 물론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 측 모두로부터 신망이 높다는 점에서 기대를 더해준다. 하지만 단일화 논의 주체인 두 후보 측의 협상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유 후보 측은 자신들이 제안한 공론조사 방식에 대한 김 후보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김 후보 측은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 다른 안이 제시되면 검토해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에 대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야권 후보 단일화와 지방선거 운동 과정에서 ‘정-손 협력체제’가 순조롭게 가동될지 미지수다. 이날 만남에서 정 대표는 손 전 대표에게 지방선거에서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으나 손 전 대표는 ‘경기지사 야권 단일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1야당 대표로서 야권 단일화 결렬의 큰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정 대표는 ‘손학규 공동선대위원장’의 지원을 받아 지방선거 위기를 돌파하고 현재 입지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크다. 그러나 경기도에 정치적 기반을 둔 손 전 대표는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 성사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결렬 위기의 야권연대 ‘해결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뒤 명예롭게 정치에 복귀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