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한달-② 전력증강 및 전작권 전환 문제] “전력증강, 미래전보다 北위협 우선 대처로 선회”
입력 2010-04-26 21:59
군이 천안함 침몰 사고를 계기로 ‘전력증강 방향’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력기획본부를 중심으로 이번 사고로 드러난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아울러 2012년 4월 17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외에서 제기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착수했다. 현재 우리 군의 능력만으로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전력증강, 현존 위협 중심으로”=합참이 전력증강 방향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그간 군의 전력증강이 지나치게 잠재적인 위협과 미래전에 대비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존 방향이 천안함 침몰 이후 급변하고 있다. 미래전에 부합하는 대형화, 첨단화에서 현존하는 위협을 중심으로 소형화, 효율화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 관계자는 26일 “위협 강도와 현실화 가능성이 가장 큰 북한의 군사적 능력에 우선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취약점을 보인 수중무기에 대한 보완책이 검토된다. 우선 초계함의 음파탐지 기능이 대폭 강화될 예정이다. 한국형 구축함은 첨단장비 ‘타스’(TASS)를 구비하고 있어 잠수함이나 어뢰탐지가 비교적 용이한 편이다. TASS는 펌프 돌아가는 소리 등 소위 저주파들을 잡아내는 장비다. 그러나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에 장착된 ‘SQS32’ 음파탐지기는 어뢰의 스크루 소리를 찾아내는 장비로 서해안과 같이 수심이 낮고 잡음이 많은 곳에서는 활동에 제한이 있다.
군은 또 ‘수중음파탐지시스템’(SOSUS) 설치도 확대할 방침이다. SOSUS는 잠수함이나 잠수정이 침입할 수 있는 주요 지점에 설치돼 이들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다. 해안선 부대에는 2012년부터 신형 열상감시장비(TOD)가 배치된다. 신형 TOD는 기존 시스템보다 탐지거리와 해상도가 각각 3배 정도 향상됐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경계를 전담하는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의 전력보강도 장기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2함대의 경계업무가 다양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잠수함과 소해함 등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 특수작전에 대응하는 우리 특수부대의 전력도 보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 일각에는 무조건적으로 전력을 증강하는 게 해결책은 아니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신적인 대비 태세 해이와 기존 장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작권 전환 연기로 이어지나=천안함 침몰 사고를 계기로 전작권 전환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잔뜩 힘이 실리고 있다. 연기론자들은 천안함 공격 주체가 북한으로 드러날 경우, 이는 우리 군이 북측 움직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는 등 정보 전력이 미흡하고 경계 작전에도 허점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양국 간에 이뤄진 전작권 전환 합의는 지난해 5월 2차 북핵 실험을 비롯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전력에 대한 개발 의지를 노골화하기 전에 시작된 것으로, 이 같은 위협이 도리어 강화된 상황에서는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미 간에 전환 시기를 연기하는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정부 내부 기류에 변화 조짐이 보였고,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 2월 한 세미나에서 “2012년에 전작권이 넘어오는 게 가장 나쁜 상황이며 재조율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3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한국 정부가 연기를 요청한다면 양국 최고위층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전작권 전환이 국가 간 약속이고, 미 국방부내에서는 전 세계 미군의 재배치 계획에 따라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연기 논의가 양국 간에 구체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