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46용사 해군장] 비바람 속 차분한 추모 행렬… 온 국민이 하나되다
입력 2010-04-26 21:53
해군은 천안함 46용사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 내 안보공원에 추모관과 충혼탑을 건립하기로 했다.
2함대 정훈공보실 김태호 소령은 26일 “추모관과 충혼탑이 설치될 안보공원 내 위치와 규모 등 세부계획은 아직 검토 중이며 가족들과 협의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공원은 2함대와 경기도, 평택시가 22억원을 들여 2008년 6월 완공했다. 4만6300여㎡(1만4000평) 부지에 호수공원, 통일동산, 충무동산 등이 조성돼 있고, 충무동산에는 제1연평해전과 제2연평해전 전적비가 각각 세워져 있다. 입구에는 제2연평해전 당시 침몰했던 참수리 357호정과 40㎜ 함포가 전시돼 있다. 관망대가 있어 서해대교와 평택항만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군은 29일 영결식이 끝나는 대로 가족들과 구체적인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군은 영결식도 제1·2 연평해전의 넋이 깃들어 있는 안보공원 중앙광장에서 치르기로 했다. 해군 관계자는 “희생 장병들의 충혼을 기리기 위해 유족과 협의를 거쳐 안보공원으로 영결식 장소를 정했다”며 “희생 장병 46명의 호칭은 고인들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 천안함 46(사육) 용사로 통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천안함 순국 장병에 대한 장례절차가 이틀째 진행됐다. 분향소가 차려진 2함대 사령부에서는 오후부터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유가족들은 차분하게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오전부터 정·관계, 시민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해군 측은 장례가 시작된 25일부터 이날 오후 5시 현재까지 모두 5500명의 조문객이 분향소를 다녀갔다고 밝혔다. 2함대 사령부는 장례 기간 동안 일반 시민에게도 부대를 개방하고 분향소를 24시간 운영한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분향소에도 이른 아침부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추모객들은 길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린 뒤 희생 장병 영정 앞에 헌화하고 묵념하며 애도를 표했다.
분향소 오른편에 마련된 대형 방명록 앞에서 한참을 서 있던 김해윤(72) 할머니는 “내 손주 셋도 다 군대에 가 있는데 너무나 떨리고 안타깝다. (천안함 희생 장병들이) 하늘에서라도 편안하게 잘 있어야지”라며 눈물을 훔쳤다.
손자 2명과 함께 온 이혁진(64)씨는 “천안함 용사들 덕분에 우리가 든든하게 살고 있다”며 “이들의 죽음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시험을 마치고 이곳을 찾았다는 고등학생 박재완(18)군은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었다”며 “이들이 멋지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추모객들은 광장 왼쪽 입구에 마련된 천안함 46용사들의 사진을 보며 이들을 추억하기도 했다. 이날 전역했다는 김재영(23)씨는 “같은 시기 함께 군 생활을 했던 동료들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무겁고 비통하다”고 전했다.
열 살짜리 아들의 손을 잡고 분향소를 찾은 주부 민해란(44)씨는 “이번 사고로 군대를 무서워하게 된 아이에게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늠름한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 정읍시 기초의원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 전원은 천안함 희생 장병 애도기간(25∼29일)에 선거운동을 하지 않기로 하는 등 전국에서 추모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수원=김도영, 서울=전웅빈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