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북한이 ‘비접촉 수중 폭발’ 일으켰다면…
입력 2010-04-26 22:05
수입 Yu-3G 음향어뢰 개량한 ‘버블제트’ 重어뢰 공격 가능성
북한은 해군 천안함을 두 동강 낼 만한 위력을 지닌 어뢰를 보유하고 있을까.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이 25일 함수 절단면을 육안 조사한 결과 수중에서 발생한 비접촉 폭발로 침몰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림에 따라 비접촉 폭발을 일으킨 무기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어뢰 기술은 상당히 발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초계함 구축함 등 수상함에서 남한 전력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어 잠수함이나 잠수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어뢰 등 ‘비대칭 전력’ 개발에 주력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군사연구실장은 26일 “북한은 국제적인 수준의 어뢰를 개발할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평가했다. 한 예비역 제독도 “북한이 기뢰나 어뢰를 중국과 소련에서 수입해 성능 개량을 해온 것으로 안다”며 “선체에 근접해 폭발, 버블제트 효과로 선체를 파괴시킬 수 있는 어뢰 정도는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어뢰의 종류는 다양하다. 북한은 45-36AN, 53-59, 53-38U, 53-51, 53-56, 53-57, ET-80A, ET-46, ET-56, SAET-50, SAET-50M, Yu-3G 등 10여 종류의 어뢰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중국이나 구소련, 러시아에서 수입한 어뢰다. 그러나 수입 모델을 기초로 개량해 자체 생산한 어뢰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북한이 보유한 중어뢰는 Yu-3G, ET-80A, 53-59, 53-56 등이다.
수중에서 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 터졌다면 Yu-3G 음향어뢰를 개량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Yu-3G는 1980년대 중국에서 개발된 것으로 함정의 스크루 소리를 뒤쫓아 타격하는 수동 음향어뢰다. 북한은 이 어뢰에 근접신관을 넣어 스크루가 아니라 함정 가운데 부분에서 발산되는 자기장을 파악해 최근접 거리에서 폭발하도록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폭발이 이뤄진 부근으로 추정되는 가스터빈실은 강한 자장을 발산하는 곳이다. 이 어뢰는 사거리 12∼14㎞로 속력은 초당 12∼14m. 탄두 무게는 200㎏이지만 고폭약을 장착했다면 1200t급 초계함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합조단은 비접촉 폭발이 어뢰 폭발인지 기뢰 폭발인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어뢰 폭발 가능성이 높으며, 어뢰 중에서도 탄두 중량이 작은 경(輕)어뢰보다 중(重)어뢰일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가 모아졌다. 아울러 상당수 전문가들은 Yu-3G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970년대 옛 소련에서 개발한 ET-80A도 음향어뢰이긴 하지만 탄두 무게가 400㎏에 이르고 제작된 지 오래돼 사용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직주어뢰가 사용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직주어뢰란 미리 입력된 방향으로 똑바로 다가간 뒤 목표물을 직접 타격하거나 목표물 인근에서 폭발하는 어뢰다. 직주어뢰를 일정 수준 수심에서 폭발하도록 설정해 놓고 자기장 감응 센서를 달아 발사했다는 분석이다. 직주어뢰인 53-59와 53-56은 사거리 4∼8㎞로 초속 26m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