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멍 있으면 진단서 없어도 강간상해” 고법, 원심 뒤집어
입력 2010-04-26 18:28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인욱)는 강간상해로 기소된 최모씨에 대해 “성폭행으로 인한 상처를 치료했다는 증거가 없더라도 피고인의 강간상해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해 6월 술을 마신 뒤 평소 알고 지내던 A씨의 집을 찾아가 A씨를 성폭행하려고 했다. A씨가 강하게 반항해 미수에 그쳤지만, A씨는 얼굴과 몸 곳곳에 멍이 들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성폭행 때문에 상처를 입었더라도 별다른 치료 없이 저절로 아물 정도라면 강간상해·치상이 인정되지 않는다. 피해자 A씨는 강간상해로 치료를 받았다는 별다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사건을 조사한 경찰관은 “A씨의 부상은 진단서를 발급받은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1심을 맡은 인천지법은 강간상해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고 강간미수만 인정해 최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는 달리 “치료약을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현금으로 구입한 경우 영수증을 받아 보관하지 않으면 객관적 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사진으로 보이는 멍을 보면 A씨가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성폭행 중 생긴 상처가 생활에 장애를 초래한 것인지는 피해자의 성별, 연령, 체격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A씨의 어려운 경제상황에 비추어 성폭행으로 입은 상처가 일상생활에 아무 장애가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