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목] “간까지 줬는데 술 마셔?” 아내 폭행
입력 2010-04-26 18:27
서울 중랑경찰서는 자신의 간을 이식해 준 아내가 술을 마시자 화가 나 아내의 얼굴을 때린 혐의(폭행)로 이모(39·자영업)씨를 26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내 이모(44)씨는 평소에 술을 자주 마셔 간 질환이 생겼다. 병원에서는 간 이식을 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 병상에 드러누웠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두 사람은 나란히 퇴원했다. 남편은 아내가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아내의 술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퇴원 직후에 술을 멀리하던 아내는 어느 날부터인가 술냄새를 피우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거의 매일 술병과 살다시피 했다.
남편이 아무리 화를 내고 말려도 속수무책이었다. “술 먹는 것도 병이다.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 남편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지난 25일도 역시 그랬다. 아내는 초저녁부터 면목동 자택 밥상에서 소주 한 병을 입에 들이붓고 있었다.
참다못한 남편은 탁상용 전등을 집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분을 삭이지 못한 그는 아내에게 다가가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저리 가! 저리 가!” 순간 아내도 흉기를 휘둘러 남편의 인중에 2∼3㎝ 상처를 내고 말았다.
아내의 신고로 이들 부부는 이날 중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아내도 남편 얼굴에 상처를 낸 혐의(폭행)로 불구속 입건됐다.
“집에 빨리 보내 주세요.” 아내는 담당 형사가 질문을 할 때마다 이 말만 반복했다. 술을 좋아하는 아내와 아내에게 간을 이식해준 남편은 서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