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임항] 재생에너지와 농촌살리기

입력 2010-04-26 18:10


일본 사이타마현 오가와마치에는 주민들이 설계하고, 짓고 운영하는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있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가축 분뇨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이 마을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는 구와바라씨가 질 좋은 액상비료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1석3조의 효과를 내는 이런 공장설립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녹색연합의 이유진 기후에너지국장은 ‘환경과 생명’ 지난해 겨울호에 기고한 ‘일본에서 배우는 지역에너지 디자인’을 통해 이 사례를 소개했다. 이 국장에 따르면 구와바라씨가 지역 내 자원 순환공장을 설립해 그 지역의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의 생활과 에너지 생산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덕분이다.

구와바라씨는 1996년 바이오가스 기술을 공부하는 지역 모임을 결성한 데 이어 2002년에는 비영리기구(NPO)인 오가와마치 풍토활용센터를 만들어 바이오가스 플랜트 설립을 본격화했다. 그가 중점을 둔 것은 바이오가스 플랜트와 3만3000여명 주민의 관계를 맺어주는 사회적 관계망이었다. 유기농민들에게는 전기도 그렇지만, 그보다 질 좋은 액체비료가 더 소중했다.

우선 음식물 쓰레기를 플랜트까지 운반해주는 일은 지방정부에서 담당하고, 음식물쓰레기를 플랜트에 투입하는 작업은 풍토활용센터 회원들이 당번을 정해서 맡는다. 구와바라씨는 바이오가스 플랜트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이 공장이 지방정부에도 이득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음식물쓰레기를 소각·처리하는 비용이 1㎏당 40엔(약 450원)인 반면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활용하면 1㎏당 20엔에 불과하다. 지방정부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대행의 대가로 운영위탁금을 내놓기 시작했다. 또한 음식물쓰레기를 모아준 마을 주민들에게는 플랜트 가동으로 생긴 액비 판매이득을 지역통화의 형태로 배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다양한 녹색기술과 백화점식 녹색산업 진흥을 통해 녹색 일자리를 대거 창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 세계적으로 녹색일자리 창출 능력이 가장 큰 분야가 재생에너지라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 정부도 2020년까지 폐자원과 농업 부산물로 에너지 자립률을 40%로 높인 ‘저탄소 녹색마을’을 600개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손도 없는 농촌 마을에 재생에너지 시설만 덜렁 지어놓는다고 해서 에너지자립이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생산하는 에너지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같은 에너지양이라도 누가 어떻게 생산하느냐, 누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생산자와 사용자를 어떻게 에너지와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이 중요하다. 간벌과정에서 나온 목재 팰릿을 연료로 쓰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도 목재를 먼 곳에서 가져 와야 하거나, 전기사용 인구가 적다면 타당성이 없다.

재생에너지는 원자력 발전과는 달리 본질적으로 지방분권적이고, 민주주의적 속성을 갖는다. 이를 무시하고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풍력발전단지, 대규모 태양광 단지 및 강화·인천만 조력발전소 등은 경제적 타당성도 의문스러울 뿐만 아니라, 생태적 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경관을 훼손한다.

정부는 녹색성장을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성장’이라고 정의했다. 이전 정부의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에서 ‘사회적 형평성’을 빼버렸다. 그러나 경제와 환경만으로 조화롭고 효율적인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사회, 문화 등의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윈-윈 정책에 다가설 수 있다. 재생에너지 정책은 수도권과 대도시에 빨려 들어간 노동력을 시골에 되돌아오게 만드는 정책과 함께 강구돼야 한다. 그것은 환경· 노동정책 및 농·어촌정책의 조합, 세제와 보조금제도의 친환경적 개편을 요구한다.

임항 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