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은 공무원 양성소?… 열악한 근무여건에 이직·전출자 타시군의 최고 15배

입력 2010-04-26 18:19

전남 신안군에서 열악한 근무 여건 등으로 사직하거나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옮겨가는 공무원이 늘고 있다.

26일 신안군에 따르면 신안은 우리나라 전체 섬의 30%가 넘는 1004개의 섬으로 형성됐으며 바다를 포함한 면적이 서울시의 22배나 되는 행정구역이다. 현재 700여명의 공무원들이 14개 읍·면과 9개 출장소에서 도서 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들 섬에 근무하는 공무원 300여명 가운데 180여명이 외지 출신으로 교육·의료·문화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육지에 있는 가족과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만나며 그나마 기상악화 때는 한 달에 1∼2번밖에 집에 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안군을 떠나는 공무원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7명이 사직을 했으며, 30여명이 수도권 등 타 지자체로 자리를 옮겨갔다. 같은 기간 광주가 생활권인 화순군 4명, 담양군 7명, 장성군 2명의 전출에 비하면 적게는 4배에서 많게는 15배에 해당한다.

특히 2008년 말 정부 방침에 따라 전국 지자체에서 공무원 정원을 감축하면서 전입을 받는 곳이 없어 이 정도에 그쳤지만 이런 현상이 해소되는 올해부터는 전출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방공무원법상 타 기관 전출은 공채는 3년, 특채는 4∼5년이 지나면 가능해 이 기간만 지나면 외지 출신 공무원들은 대부분 신안군을 떠나고 있다. 그야말로 ‘공무원 양성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전출을 통제하면 되지만 한번 떠나고자 마음 먹은 ‘노부모의 건강이 좋지 않아 봉양을 해야 한다’거나 ‘섬에 근무하니까 결혼도 못한다’ 등 구구절절한 사연을 호소하고 있다. 신안군은 자체적으로 최소 4년 이상 근무할 경우 전출 동의를 검토한다는 예규를 만들어 고충해소 차원에서 가급적 동의를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군 관계자는 “1970∼80년대에는 대부분 지역출신으로 특별 채용했으나 지금은 균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공채를 하고 있다”며 “인력 지키기가 어려운 지자체 입장에서는 공채보다 차라리 지역에 장기 근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안=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