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중 연세대 총장의 신앙 비전 “학문 이외 올바른 정신 가르치는 게 소명”

입력 2010-04-26 17:24


“연세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설립자의 소명을 함께 완수하는 동역자가 된다는 뜻입니다.”

김한중(62) 연세대학교 총장은 지난 2월 졸업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총장으로서는 오랜 세월 지녀온 생각을 다듬어 표현한 것이었다. 서울 대광중, 대광고, 연세대 등 미션스쿨을 내리 다녔고, 선교사 아펜젤러가 세운 북아현교회를 모태로 하는 아현중앙감리교회 김성렬(1915∼2006) 목사의 아들이며, 현재 이 교회 장로인 김 총장. 그에게 소명, 미션이란 평생 소홀히 할 수 없는 단어였다.

“모태신앙인이다 보니 습관적 신앙인이 된 측면도 있습니다. 늦게 신앙을 가지게 된 사람들처럼 뜨거운 열정은 겪어보지 못했지요. 요즘 많은 분들의 신앙 체험을 책으로 읽다 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겸손하게 털어놓지만 그가 바쁜 와중에도 교회 성가대 대장으로 봉사하고, 매주 한 번씩 서울 서부지역 기관장 및 실업인 등과 ‘홀리클럽 조찬기도회’를 가지는 등 신앙인으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은 삶으로 지켜 온 신앙 덕분이다.

사회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냉소와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서도 김 총장이 연세대의 기독교 정신을 확고하게 지킬 수 있는 것도 이처럼 오래 다져온 신앙의 기반이 있기에 가능했다. 김 총장은 “저부터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결정을 하면서 ‘하나님 앞에서 옳은 일인가’를 늘 고민한다”고 고백했다.

자신뿐 아니라 두 자녀도 연세대를 졸업시킨 김 총장은 학교의 위상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다. 지난해 영국 더타임스·QS의 세계대학평가에서 151위를 기록한 대학 평가 결과를 설명하며 김 총장은 “질적·양적 성장 모두 이뤘다”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연세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 출신의 한국 교계 여러분의 도움이 컸다”고 전했다. 또 반대로 한국 교계에도 연세대가 끼친 영향이 있다고도 분명히 밝혔다. “연세대의 오늘은 한국 개신교 선교의 축복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연세대의 과제를 묻자 김 총장은 다시 한 번 ‘소명’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대학들의 공통 과제는 어떻게 제한된 자원으로 뛰어난 인재를 길러내느냐이겠지요. 연세의 과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일반 학문 외에 어떤 정신을 가르칠 것이냐, 바로 ‘소명’입니다. 연세대는 소명으로 출발했고, 그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이 될 것입니다.”

황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