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주년 연세대, 새로운 도약 부푼 꿈 “초기 선교사 개척정신 되살려 세계를 품는다”

입력 2010-04-26 17:24


2010년 4월.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본관 주변은 봄꽃이 절정이다. 드라마 ‘아이리스’, 영화 ‘엽기적인 그녀’ 등 아름답고 낭만적인 대학 이미지를 보이려는 영상마다 왜 이곳을 담는지 직접 와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25년 전, 그 장소에서 언더우드 선교사는 이렇게 기도했다. “오! 주여,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중략) 예배당도 없고 그저 경계와 의심과 멸시와 천대만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주여, 오직 제 믿음을 붙잡아 주소서!”(소설 ‘양화진’(정연희 작) 중에서) 125주년을 맞는 연세대학교가 기독교 학교로서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다음달 8일 노천극장에서 여는 창립기념식을 ‘한국 교회와 함께한 연세 125년’이라는 제목으로 여는 것이 대표적인 예. 선교사들이 학교를 세운 정신, 즉 초심을 잃지 않아야 세계를 향한 비전 또한 펼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발전 거듭한 125년=연세대가 올해를 125주년으로 꼽는 것은 1885년 미국 선교사 알렌이 한국 최초의 서양의료기관 제중원을 세운 때를 시초로 본다는 것이다. 요즘 TV 드라마 ‘제중원’을 통해서도 그려지고 있듯이 구한말 주권과 경제적 이득을 넘보는 여러 세력 속에서 알렌 언더우드 아펜젤러 등 선교사들은 오직 어려운 백성들을 돕고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의도로 병원과 학교를 세웠다.

선교사들은 제중원을 근거로 해 세브란스의전과 연희전문학교를 세웠고 1950년대 두 학교가 합쳐지면서 지금의 연세대가 됐다. 현재는 재학생 3만5000명, 직원 6000명, 교수 1700명의 규모로 발전했다.

또 연세대는 서울과 원주에 이어 올해 송도 국제캠퍼스를 개교하면서 새로운 비전을 바라보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2시간 이내에 위치한 베이징 상하이 도쿄 등 도시들의 석학들이 손쉽게 와서 강의할 수 있는 천혜의 위치인 만큼 해외의 우수한 인재들을 불러들여 교육하는 세계적 학교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말로만 미션스쿨 아닙니다=사실 연세대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기독교가 아니다. 연고전, 푸른색과 독수리 상징, 1990년대 말 스타농구팀 등 이미지가 더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알려진 것보다는 기독교 정신을 엄격하게 따르고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모두 4학기의 채플과 기독교 관련 수업 3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졸업식 등 모든 공식적인 행사는 예배 형식으로 드려진다. 송도 캠퍼스를 비롯해 모든 신축 건물은 ‘봉헌식’을 드린 후 문을 연다. 교직원 회의 등 교내의 회의들도 반드시 기도 후 시작하도록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학내에 기독교 분위기가 강하다. 교내에 50여개의 기독교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으며 교수 직원들 사이에도 기도 모임과 성경공부 모임이 활발하다.

◇진정한 기독교 가치는 ‘나눔’=연세대가 미션스쿨로서 자부하는 것 중 하나는 교육을 통한 ‘나눔’에 앞장서 왔다는 것이다. 대학 중에서 농어촌특별전형을 제일 먼저 도입했으며 기초생활수급대상 학생 120명을 뽑아 4년 전액 장학금을 주는 한마음 전형, 특수교육대상자, 전문계고 출신, 사회적 배려대상자 등을 위한 특별전형을 운영해 왔다. 대부분은 최근 입학사정관제에 흡수됐지만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주고자 하는 학교의 철학은 유지되고 있다.

또 교직원과 학생들에 의한 봉사도 활발하다. 교내 20여개의 봉사단을 통합한 연세자원봉사단은 전담 관리 센터까지 두고 있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것은 올해로 2기를 맞은 ‘드림스타트’ 활동으로 100여명의 학부 및 대학원생이 서대문구의 어려운 청소년들을 1대 1로 과외 수업과 멘토링을 해 주는 내용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는 나눔의 의미를 교육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손을 내미는 이 같은 활동이야말로 학교 설립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이 같은 긍정적인 활동을 더 개발해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