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1개 800원’ 끝없이 오르는 채소값… 장보기 겁나는 서민들
입력 2010-04-25 20:26
채소, 과일 가격이 ‘금값’이다. 봄 한파와 폭설, 일조량 감소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그나마 냉해를 입어 작황도 좋지 않다. 배추, 양파, 무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올랐다. 식당에서 김치와 양파 인심도 야박해졌다. 딸기, 토마토 등 봄철 과일도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고등어, 갈치 역시 대폭 인상됐다. 하늘 모르고 치솟는 생필품 가격 탓에 서민들은 지갑을 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25일 신세계 이마트 서울 영등포점. 양파 8개들이 한 망(1.7㎏)이 655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양파 1개 값이 800원이 넘는 것이다. 이마트의 올해 양파 값 추이를 보면 한 망 기준으로 1월 2450원, 2월 2780원, 3월 3250원으로 서서히 오르다 4월 들어 급등했다.
주부 권미숙(45·여)씨는 “오랜만에 장보러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며 “채소 가격이 너무 올라 저녁 메뉴를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연(29·여)씨는 “남편한테 양파와 무를 사오라고 시켰는데 영수증 보고 놀랐다”면서 “나라면 그 가격에 사지 않았을 텐데 물정 모르는 남편이 무작정 사온 것 같다”고 푸념했다.
무 1개는 1180원이었고 배추 1통은 3280원으로 ‘금치’란 말을 실감케 했다. 배추 값 폭등은 포장김치 수요로 이어졌다. 직접 담가먹는 것보다 돈이 덜 들기 때문이다. 매장 한쪽에 마련된 ‘990원 채소 코너’에 양파 2∼3개 묶음과 무 반통짜리가 진열돼 있었지만 크기가 작은 데다 상태도 좋지 않아 찾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다른 대형마트도 사정은 비슷했다.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양파(1.5㎏) 한 망은 5980원이었고 배추 1통은 3980원, 무 1개는 1380원이었다.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도 무 1개는 지난주보다 220원(13.6%) 오른 1840원이었고 양파(3㎏)는 전주보다 무려 37.5%가 올라 825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주부 김소정(29)씨는 “양파나 무는 국물을 내거나 밑반찬을 만들 때 많이 쓰이는데 매주 올 때마다 가격이 올라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것은 최근 한파, 폭설, 일조량 감소, 잦은 비 등 기상조건이 열악해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시설작물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물가상승을 주도했다. 이뿐이 아니다. 딸기, 토마토, 참외 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10∼30% 이상 올랐다. 반면에 오렌지, 바나나 등 수입과일은 환율 하락 덕택에 가격이 내려 많이 팔린다.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전국 평균 가격정보(도매)를 보면 23일 기준 무 1㎏ 가격은 730원으로 지난해 372원보다 96.2% 올랐다. 한 달 전(480원)과 비교해도 52.1% 비싸졌다. 양파(1㎏)는 1650원으로 한 달 사이 무려 93.7%가 올랐고 붉은고추(10㎏)는 16만원으로 같은 기간 110.2% 상승했다. 대파(1㎏)는 1960원으로 전달(1664원)에 비해 17.7%, 시금치(4㎏)는 1만1000원으로 15.5% 올랐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달 25일부터 20여일간 실시한 일조량 부족 피해조사 결과, 시설재배 면적 5만1000여㏊ 중 28%인 1만4100여㏊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작목별로는 채소류가 전체의 89.3%인 1만2594㏊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9일 농어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일조량 부족으로 피해를 입은 전국 3만여 시설작물 재배 농가에 3467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명시돼 있지 않지만 최근의 일조량 부족을 농업재해로 인정한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겨울철 일조량은 지난 30년 평균보다 20% 부족했다”며 “특히 시설작물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2월 말∼3월 초에는 40%나 부족해 착과 불량, 병해충 발생, 고사 등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시설재배가 많은 채소류는 다음달부터 물량이 원래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가격이 진정세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문제는 사과, 배, 복숭아 등 땅 위에서 직접 키우는 노지작물이다. 노지작물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되기까지 몇 달이 걸리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채소류에 이어 과실류의 가격 폭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권지혜 김도훈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