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초강경 이민단속법… 美정가 “反오바마” 발칵

입력 2010-04-25 19:01

미국 애리조나 주 불법 이민자 단속 법안이 워싱턴 정가를 강타하고 있다. 이민법은 미국 내에서도 폭발력이 아주 강한 민감한 현안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 이후 금융개혁과 함께 2대 국내 개혁 어젠다로 삼고 있는 주요 이슈이기도 하다.

애리조나 주의 이민자 단속 법안 주요내용은 미국 내 불법 체류를 주 범죄로 규정하고, 불법 이민자라고 ‘합리적 의심’이 드는 사람의 체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주 경찰과 지역 경찰에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현재는 다른 범죄 용의자일 경우에만 수사상 체류 신분을 조사할 수 있다. 게다가 불법 이민은 연방법 위반 사항으로 연방 정부가 단속 권한을 갖고 있다.

잰 브루어 주지사는 지난 23일 이민단속법에 서명했고, 법안은 의회 회기 종료 90일 뒤에 발효된다. 법안이 발효되면 애리조나 주는 불법 이민자를 주법으로 처벌하는 첫 번째 주가 된다.

이 법안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이민개혁법안과 취지가 정반대다. 미국 내 불법 체류자를 구제하려는 목적의 이민개혁법안은 민주당의 연내 최우선 입법 순위에 올라있는 현안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 소속 애리조나 주의원들이 반기를 든 것이다.

애리조나 주에서의 반(反)오바마 법안은 이민단속법 뿐만이 아니다. 애리조나 주 하원은 지난 21일 대통령 후보자는 출생증명서류를 국무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하고, 국무장관이 이를 심사해 하자가 있을 경우 대선 후보자가 될 수 없도록 하는 출생지법안을 가결했다. 미국 내 일부 공화당원과 극우세력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아직도 주장하고 있다. 바로 이를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적 법안’이다. 또 애리조나 주에서는 주정부의 별도 허가 없이 총기를 휴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총기 보유는 백인 보수층이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이같이 반오바마 법안이 잇따라 통과되면서 애리조나 주는 반오바마 대통령의 중심지처럼 돼가고 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 지지자들이나 진보 세력은 애리조나를 ‘우스꽝스러운 주’라고 비난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민단속법 제정에 강력히 반대하는 시위를 계획 중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인권 문제는 물론 이 법이 미칠 다른 파장에 대해 검토하도록 지시했다”면서 “경찰과 공동체에 대한 신뢰는 물론 공정성의 기본 정신을 침해하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