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1132억 횡령 간 큰 기업사냥꾼
입력 2010-04-25 18:58
무자본으로 코스닥 상장사 등을 인수해 1000억원이 넘는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주가를 조작한 기업사냥꾼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유상범)는 25일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해 1132억원을 빼돌리고 65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박모(43)씨를 구속기소하고 김모(49)씨 등 사채업자와 회사 임직원 12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박씨는 투자회사 I홀딩스의 대표로 재직하며 2008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A사와 S사 등 코스닥 상장사 4곳과 H사 등 비상장사 2곳을 차례로 인수해 이 가운데 재무상태가 건전한 S사 등 3개 회사 자금 1132억원을 횡령한 뒤 자신이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단기 대여하는 것처럼 꾸민 혐의다.
박씨는 또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빌리면서 654억원 상당의 회사 당좌수표와 어음을 담보로 건네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이렇게 빼낸 돈을 금융기관과 사채업자에게서 빌린 인수 대금과 사채를 갚는 데 사용했다. 박씨는 자금 조달이 어려우면 또 다른 회사를 인수해 자본을 늘리는 방법으로 ‘문어발식’ 인수·합병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가 손실을 입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처하면 다른 회사를 다시 인수·합병해 손실 비율을 낮추는 방식이었다.
박씨는 인수 회사의 주가 조작에 나서기도 했다. 박씨는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한 주식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2008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S사 등의 주가를 조작해 부당이득 35억여원을 챙겼다. 박씨는 외국계 펀드 P사와 지인들에게 돈을 주고 S사 주식을 매입하도록 하고 자신도 차명으로 S사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주가가 오르면 이를 바로 되판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씨 등 사채업자들도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자본시장법에 따라 기소했다. 김씨 등은 박씨 회사의 당좌수표 등을 제공받고 자금과 차명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챙겼다. 검찰은 박씨의 주가조작에 가담한 외국계 펀드 P사가 실제로는 국내 사채업자가 운영하는 회사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횡령, 배임, 주가조작, 차명 유상증자 참여 등 무자본 인수·합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범죄의 종합판”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