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 건설사 연명시키는 미분양 해소책
입력 2010-04-25 19:24
정부가 결국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지원 대책을 내놨다. 지난 23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원 방안을 확정했고 어제는 시행 세부 기준을 발표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지역의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하고 5조원을 투입해 전국 미분양 주택 11만6000가구 중 4만 가구를 정부가 매입해주는 것이다.
미분양 누적에 따른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크고 시장에 거래가 실종되는 등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은 사실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정책을 쓰는 게 정부의 역할인 만큼 투기지역을 제외한 DTI 규제 완화는 필요할 수 있다. 상황이 바뀔 경우 다시 규제를 가하면 될 것이다.
문제는 공적자금을 동원한 미분양 주택 매입이다. 건설업체들이 마구잡이로 아파트를 지어놓고 팔리지 않으니까 정부가 사준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분양가의 50% 이하로 매입한 다음 그 가격으로 일반에 분양하면 모르겠으되 환매조건부, 즉 건설사에 되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은 결국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자유시장경제에서는 자기 책임 아래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 분양이 안 되면 스스로 분양가를 낮춰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부도가 나는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미분양 주택 지원 정책은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계속 항생제를 투여해 병을 만성으로 이끄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산업에서 가장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건설업계다. 아파트 분양가는 원가 개념 없이 주변 시세를 감안해 결정하는 것이 관행화됐다. 관청의 인허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사업계획보다 로비를 앞세운다. 최근 드러난 일련의 사건에서 보듯 뇌물수수 등 토착비리에는 건설사가 연루된 경우가 많다. 국내 건설업계가 얼마나 후진적으로 운영되는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건설업계 구조조정이다. 한건주의로 먹고 사는 불건전 건설사가 없어져야 시장이 바로서고 비리도 사라진다. 정부가 이를 돕지는 못할망정 방해를 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