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매도안할테니 배정 좀”…기관들, 삼성생명 물량 확보전쟁
입력 2010-04-25 19:18
다음달 3∼4일 청약에 들어가는 삼성생명 공모주 인기가 뜨겁다. 기관투자가는 공모주를 받은 뒤 일정 기간 동안 팔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하며 물량 확보에 나섰다. 2007년 6월부터 기관투자가의 공모주 의무보호 확약이 없어진 뒤 자발적으로 확약을 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25일 삼성생명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2∼23일 진행된 수요 예측에서 기관투자가 경쟁률이 평균 9.1대 1을 기록했다. 해외 기관 경쟁률은 8.1대 1, 국내 기관은 11.0대 1이었다.
수요 예측은 공모주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사전에 수요를 파악하는 제도다. 증권사가 고객이 원하는 수량을 받아 적정가격을 적어 제출하면 주관사가 공모가격을 정해 증권사별로 배정 물량을 결정한다.
수요 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 가운데 70% 정도가 자발적으로 의무보유 확약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주라도 더 배정받기 위해서다. 의무보유 확약은 상장 후 15일이나 한 달 동안 배정받은 삼성생명 공모주를 팔지 않겠다는 보호예수 약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확약을 한 기관에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해 우대할 예정이다. 기관에 배정된 2666만2452주 가운데 확약 물량은 최종 청약이 끝나면 공개할 예정이다.
기관투자가의 확약 비율이 높아지면 일반 투자자에게는 호재다. 상장 후 대량 물량이 나올 가능성은 줄어들어 주가 안정에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해당 기관은 팔고 싶을 때 팔 수 없어 불리하다.
다만 기관투자가의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이 과열이라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국내 기관투자가와 사업상 얽힌 게 많아 기관이 알아서 몸을 낮추고 공모에 열심히 참여한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아 기대할 게 없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