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남호철] 새만금 방조제

입력 2010-04-25 20:12

‘인류 최대의 토목공사’로 불리는 거대한 유적이 중국의 만리장성이다. 중국 역대 왕조들이 북방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동서로 길게 세운 방어용 성벽이다. 지도상의 길이만 2700㎞이며 중간에 갈라져 나온 지선들까지 합치면 모두 5000∼6000㎞에 이른다. 성벽의 높이는 6∼9m이고 평균 폭은 위쪽 4.5m, 아래쪽 9m다.

한국에 만리장성에 비유되는 토목사업이 있다. 전북 군산과 부안 사이에 바다를 가로질러 잇는 33㎞ 짜리 새만금방조제다. 세계에서 제일 길어 ‘바다의 만리장성’ ‘바다 위의 고속도로’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자동차로 달려도 30분이 넘게 걸린다.

새만금방조제 건설 공사가 착공 19년 만에 27일 완공된다. 1991년 11월 시작돼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4만100㏊의 거대한 담수호를 갖게 됐다. 앞으로 담수호를 메워 새롭게 광활한 대지(2만8300㏊)가 조성된다.

새만금방조제 공사는 각종 진기록도 양산했다. 물속에 잠겨 있는 하단부의 폭이 평균 290m, 높이가 평균 36m다. 방조제 건설에 투입된 토사량은 1억2300만㎥. 15t 덤프 1230만대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공사장에 투입된 인력도 237만명. 여기에다 덤프와 굴착기, 준설선 등 건설장비 91만대도 가세했다. 방조제에 설치된 신시와 가력 등 2개의 배수갑문을 통해 드나드는 바닷물은 하루 72억t으로, 소양강댐 저수량의 2.5배다.

새만금사업의 1단계격인 방조제 공사는 어려움도 많았다. 1989년 기본계획이 발표된 뒤 91년 12월 28일 첫 삽을 떴지만 99년에 터진 시화호 사고로 2001년 5월까지 물막이 공사가 중단됐다. 2003년에는 환경단체가 법원에 방조제 공사 집행정지 소송을 내는 바람에 6개월간 또 다시 공사가 중단됐다. 2004년 1월 서울고법의 공사 재개 결정으로 다시 시작된 방조제 공사는 2006년이 돼서야 끝물막이 공사를 완료하는 곡절을 겪었다.

정부의 새만금 계획은 2030년까지 첨단산업·관광레저·농업이 어우러진 복합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세계적 수변도시인 암스테르담이나 베네치아에 버금가는 도시로 만든다는 것이다. 새만금의 국제 명칭도 ‘아리울(Ariul)’로 정해졌다. 물의 순 우리말인 ‘아리’와 울타리를 뜻하는 ‘울’의 합성어로 ‘물의 도시’란 의미다.

새만금이 명품 도시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사업비 21조원 조달에 세밀한 전략을 세우고 수질오염개선에 명확한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남호철 차장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