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결국… 유로존·IMF 구제금융 요청
입력 2010-04-24 00:49
그리스가 결국 23일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 유럽국가)에 도움을 요청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이날 전국에 생중계된 TV 연설에서 “국가적이고 긴급한 요구사항”이라며 “유로존 주도의 그리스 지원 체계의 실행을 공식 요청한다”고 밝혔다. 구제금융 요청 규모는 유로존 300억 유로(약 44조원)와 IMF 자금 150억 유로(약 22조원)다.
그리스의 IMF행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기에 충격은 없었다. 오히려 그리스의 발표 직후 불확실성이 해소돼 유럽 증시의 주가는 일제히 오름세를 탔고 유로화도 강세를 보였다.
그리스 노조는 전날 병원과 항구, 호텔 등에서 파업에 들어가며 저항했지만 냉혹한 국제 금융시장에서 그리스를 동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가 “한방에 그리스 문제를 해결할 손쉬운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고 23일 보도했다.
문제는 이제 다른 국가들의 부채다. IMF는 23일 워싱턴DC에서 개막된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에 앞서 발표한 세계 금융보고서에서 “가장 큰 위협의 주체가 민간 분야에서 정부 부문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부실 금융회사를 정부가 떠안으면서 각국의 정부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곳은 스페인이다. 스페인 경제를 떠받쳐온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실업률은 치솟고 재정적자는 늘고 있다. 국가 부채는 2008년 최대 4조9000억 달러(약 5436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342%까지 치솟았다. 영국의 국가 부채는 무려 8900억 파운드(약1517조원)로 GDP의 62%에 달하는 수준이다. 포르투갈도 국가 부채가 GDP의 77%, 아일랜드는 64%에 이른다.
신용평가기관 피치사는 22일 일본을 향해서도 국가 부채가 GDP의 200%에 이른다며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IMF는 한국을 향해서도 부동산 거품을 경고했다. 경제회복을 앞두고 금리를 인상해야 할 시점에서 과도한 부동산 부채가 짐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