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주당 공모가 11만원… 시총 22조

입력 2010-04-23 22:27

올해 기업공개(IPO)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삼성생명 주당 공모가가 11만원으로 결정됐다. 삼성생명이 제시했던 공모가 범위 9만~11만5000원의 상단에 해당하는 값이다. 시장 예측치는 10만원 정도였다. 상당히 선전한 셈이다.

23일 삼성생명 상장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이날까지 이틀간 외국인·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결과 주당 공모가가 11만원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공모 규모는 4조8881억여원이다. 공모가 11만원을 그대로 적용하면 삼성생명 시가총액은 22조원에 달한다. 코스피시장에서 이날 종가기준으로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신한지주 한국전력에 이어 6위에 해당한다.

공모가 11만원은 10년 넘게 끌어온 삼성차 부채 해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공모 과정에서 채권단 보유주식 3443만주를 구주매출로 처분해 3조8500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삼성차 부채 원금 2조4500억원과 현재 법원 1심 재판이 계산한 이자 6900억여원을 합한 금액보다 크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삼성생명의 기업 가치를 따져봤을 때 10만원대 초반에서 공모가가 정해질 것으로 봤다. 9만원이면 충분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수요 예측 기간 중 외국인·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뜨거웠다. 일부 해외 펀드는 공모가 제시 범위의 최상단을 써냈고, 일부 국내 기관투자자는 아예 적정 공모가를 써내지 않는 등 기대치의 5배가 넘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치, 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 적은 유통물량, 국내 생보업계 1위라는 프리미엄 등이 예상 밖의 흥행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당장 다음달 3~4일로 예정된 일반 공모주 청약이 크게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신승현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의 수요가 기대 이상이었다는 게 개인투자자들을 한층 더 자극할 것”이라며 “다음달 12일 상장된 이후 한두 달은 기업가치가 아닌 기대감과 수급에 의해 주가가 형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